[증권사 장수 CEO]정부감독당국에 거침없는 쓴소리… 시장을 대변한 ‘대쪽’들

입력 2016-06-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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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B의 장수 CEO

▲왼쪽부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컴퍼니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 ‘제임스 고먼(James Gorman)’. 뉴스의 경제면을 통해 한 번쯤은 접해봤을 법한 이름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금융투자회사의 경영자라는 것, 다른 하나는 정부와 감독당국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장수 CEO(최고경영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재임기간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악화했다는 이유로 교체되지 않았다. CEO가 ‘파리 목숨’에 비견되는 국내 자본시장 토양과 비교되는 투자선진국 미국의 풍경이다.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골드만삭스그룹의 회장 겸 CEO에 취임해 지금까지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인물이다. 1982년 골드만삭스에 첫발을 디딘 블랭크페인은 실력을 인정받아 2006년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올랐다.

블랭크페인이 정부와 여론에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금융위기 당시 블랭크페인은 ‘월가의 탐욕’의 상징처럼 취급되며 여론의 표적이 됐다. 이 때문에 그는 상원에 불려나가 의원들의 호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 골드만삭스는 신용파생 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 사기 혐의로 투자자들에게 1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도 받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죄송하다’며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 했겠지만 블랭크페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일반적으로 다른 회사의 이사진이라면 여론의 눈치를 보며 블랭크페인을 내쳤겠지만 골드만삭스는 그러지 않았다. 블랭크페인이 다시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가도록 한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이후 월가 대형 금융사들 가운데서도 가장 빨리 성장세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임스 다이먼 JP모건체이스컴퍼니 CEO 이사회 의장은 블랭크페인보다 앞선 2005년부터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다이먼은 금융위기로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가 잇따라 무너질 때도 적자 없이 위기를 극복하며 능력을 발휘했다. 또 대통령, 재무장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정치인 등에게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다이먼은 ‘월가의 대변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한국의 증권업계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다이먼의 쓴소리는 오히려 그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로이터통신은 다이먼에 대해 1907년 금융위기 당시 ‘월가의 구원투수’로 불렸던 JP모건의 창립자 존 피어몬트 모건이 살아 돌아온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2012년 62억 달러 규모의 대형 파생상품 손실사태로 연봉이 절반으로 깎이고 이미지에도 흠집이 났지만 다이먼에 대한 월가의 신뢰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앞선 두 사람보다는 짧지만 2010년부터 최고경영자 겸 회장 겸 CEO로 모건스탠리를 이끈 제임스 고먼 또한 월가의 대표적인 CEO다. 고먼 역시 월가를 향한 비난을 정면으로 반박한 인물이다. 하지만 회사의 이사진과 감독당국은 고먼의 ‘태도’보다 ‘실력’을 중시했다. 이에 고먼은 올해 초부터 모건스탠리 이사회 의장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이사를 겸하고 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들 최고경영자의 이력이 대변하는 미국시장의 ‘토양’에 주목한다. 블랭크페인, 다이먼, 고먼 등의 CEO처럼 뒤에서 책임을 지고 소신껏 발언하는 경영자가 있기 때문에 회사 구성원들도 여러 먹거리에 도전적인 투자를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시장은 단기적인 실적에 지나치게 집착해 CEO의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인 성과만으로 CEO를 자주 교체하면 당장의 수익은 실현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든지, 임직원의 부정행위가 생겨도 재임기간에 묵인하는 등의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성과에 쫓긴 경영자가 재임기간 단기적으로 이윤을 늘리고자 인력구조조정 등 재량권을 남용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연구원은 CEO 인력의 역량을 활용하는 시스템에도 미국과 한국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대형사의 경우 동일업종에서 CEO로서 역량을 검증한 뒤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반면 우리는 관계기관 등 외부의 입김이나, 소위 말하는 ‘낙하산’에 휘둘리면서 CEO들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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