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분 정부 할당량 1%에도 못 미쳐…국조실, 내달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탄소배출권 시장이 도입 1년이 넘도록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출권을 확보한 기업들이 쉽게 시장에 매도 물량을 내놓기 어려워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1차 정산’을 앞두고 배출권을 구하지 못한 기업들은 과징금 폭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도 배출권 거래제도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시장 안정화를 유도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기로 했다. 기업들의 배출권 차입 한도를 상향조정하고 정부 물량을 공급할 방침이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기후변화대응체계 개편방안’의 후속조치로 이르면 다음 주‘녹색성장기본법 및 배출권 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기후변황 대응체계 개편 방안은 국무조정실이 기후변화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를 국조실 산하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또 기획재정부가 배출권거래제 운영의 총괄 책임을 지고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에너지나 산업 분야, 국토교통부는 수송 분야 관련 업체를 할당해 책임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배출권거래제 이행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 애로를 해소해 주고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는 조치도 담긴다. 국조실은 이와 관련해 참여업체의 의견수렴을 마친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배출권 전체 거래량은 124만톤으로 정부가 할당한 5억4322만톤의 0.2%에 그쳤다. 올해 거래분(약 100만톤)을 합해도 정부 할당량의 1%에도 미달된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할당배출권이 거래된 날은 8거래일, 상쇄배출권이 거래된 날도 16거래일에 그치는 등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간에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사려는 이들은 많은데 매도 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배출권이 남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칫 배출권을 많이 팔았다가 다음번 할당 시 불이익을 받을까봐 거래에 소극적인 탓이다.
또 지금 팔면 과다할당 아니냐는 눈총이 우려되는데다, 배출권가격 역시 불확실성이 커 다음해로 ‘이월’해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은 정부가 지난해분으로 나눠준 배출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은 업체들이다. 이들은 당장 지난해분 온실가스 배출권 정산 시한인 6월 30일까지 초과 배출량에 대한 배출권을 구하지 못할 경우 배출권 평균가격(1만원대)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이에 기후변화 대응을 총괄하는 국조실이 총대를 매고 업계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배출권 할당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것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다음 연도 배출권 할당량에서 차입해 쓸 수 있는 한도를 현행 10%에서 늘려주고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풀어 부족한 물량을 채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출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배출권 이월 기간 제한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