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제일주의로 대표되는 고립주의 내세워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되면서 주요국들에 비상이 걸렸다.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3일(현지시간)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트럼프에게 참패하고 나서 경선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재대회를 열어 트럼프를 대선 후보에서 끌어내리려던 공화당 지도부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아울러 트럼프는 지난 2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41% 지지율로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39%)에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의 기세에 유럽 각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제일주의’ 외교정책을 내세우는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마찰이 불 보듯 뻔한 사실이 되기 때문.
일본 영자지 재팬타임스는 지난 2일 ‘고립주의자의 아프렌티스(트럼프가 기획, 출연한 TV 프로그램)’라는 기사에서 트럼프의 선거운동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유럽의 포퓰리스트 동맹인 프랑스의 마린 르펜 등 일부를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을 혼란스럽고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인이며 강간범으로 부르고 국경에 장벽을 쳐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중국에 대해서는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이유로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는 막말을 늘어놨다.
유럽,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에 대해서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부르짖으며 방위비를 더 분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의 부상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주일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판하는 트럼프의 노선은 미일 동맹을 뿌리채 흔들 수 있다는 평가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누가 대통령이 됐든 미일 동맹에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불쾌한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자민당 소속의 오노테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은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일본은 주일미군이 사용하는 토지 비용과 2만명에 달하는 기지 종업원 급료, 광열비 등을 부담한다”며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반박했다.
유럽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깎아내리고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늘어놓는 트럼프에 불편함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미국 대통령도 탈냉전 시대 외교정책이 일방통행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지 못한다”며 “미국 제일주의는 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베르트 로트건 독일 하원 외교정책위원장은 최근 워싱턴에서 가진 미국 의원, 국무부 관계자 등과의 회동에서 트럼프의 외교전략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러시아로 인해 새로운 불안정한 시대가 왔다”며 “미국은 대서양을 사이에 둔 유럽과의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트럼프를 떨떠름한 반응으로 보고 있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지난달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공약대로 중국 제품에 45% 보복관세를 매긴다면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어기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비이성적인 타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