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경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가운데 자연스럽게 유사한 해외 통신사업자 간 인수합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심사 과정에서 외국의 사례를 참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에서도 방송과 통신 사업자 간 인수합병이 진행 중이다. 비슷한 인수합병 문제를 놓고 미국과 영국 정부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국내 이통사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을 하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25일 미국의 3위 케이블방송사인 차터와 2위 업체인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 이후 초고속인터넷 업체들 간 경쟁이 활발해져 사용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M&A로 타임워너케이블-차터는 미국 내 초고속 인터넷과 유료방송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컴캐스트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KT는 지난해 9월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843만명(29.3%)으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1위이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11.6%(330만명)를 차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이 승인이 되면 유료방송 가입자가 746만명(26%)으로 KT와 함께 2강 체제를 구축한다.
반면 영국에서는 이동통신사 간 인수합병이 시도되고 있다. 영국의 4위 통신사업자인 스리(Three)는 2위 사업자인 오투(O2)를 103억 파운드(약 16조8000억원)에 인수합병을 시도했으나, 규제 당국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영국에서는 통신사업자 4곳이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스리의 오투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1위 사업자인 브리티시텔레콤(BT)을 능가하는 최대 사업자가 탄생하게 된다. 영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경쟁시장청(CMA)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사업자 수가 4개에서 3개로 감소하고, BT보다 큰 사업자가 나오면 통신요금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CMA는 인수합병 승인 권한이 있는 EU 측에 이 같은 우려를 수차례 전달했다. 영국의 방송통신위원회 역할을 하는 오프콤도 인수합병 반대 의사를 EU 측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