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4월 1일 라흐마니노프

입력 2016-04-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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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를 딛고 일어선 낭판파의 마지막 작곡가

가을에 심을 씨앗을 봄에 심으면 열매가 부실하다. 추운 겨울을 나지 않으면 꽃도 피지 않는다. 춘화(春花)현상이라고 한다. 인생에 곧잘 비유된다. 살며 시련을 겪는 이들은 이 현상에 위로받으며 슬럼프를 딛고 일어선다.

세르게이 바실리에비치 라흐마니노프(1873.4.1∼1943.3.28)는 러시아계 미국인 작곡가, 피아노 연주가이자 지휘자이다. 1m95cm가 넘는 거구에서 나오는 타건력(打鍵力)을 지닌 그는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로 손꼽혔다. 유난히 큰 그의 손을 기준으로 작곡된 그의 작품은 전설적인 기교와 13도의 음정까지도 연주할 수 있는 고도의 훈련을 필요로 한다.

그는 역경과는 거리가 먼 러시아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화려한 생활은 그가 네 살 때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울 때까지였다. 아버지가 도박과 여성편력으로 집을 나가고 열 살 때는 여자 형제 둘이 병사했다. 견디기 어려운 시련과 역경 속에서 모스크바음악원 학생 시절에 ‘피아노협주곡 1번’을 작곡하고 스물다섯에 ‘교향곡 1번’을 선보였으나 혹평을 받고 3년여간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정신과 의사를 만난 그는 “당신은 위대한 작곡가입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작곡할 것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자기암시 치료를 받아 불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작곡했다. 그리고 슬럼프를 이겨냈다. 이 곡은 그가 죽은 후 데이비드 린의 영화 ‘밀회’의 OST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졌다. 배우 유지태가 클래식을 함께 들으며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알아맞힌 여인에게 반해 결혼했다는 토크쇼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더욱 유명해졌다.

한 방송사 클래식 담당 PD는 라흐마니노프는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와 함께 신청곡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면서 ‘피아노협주곡 2번’은 특히 겨울에 신청이 많다고 알려줬다.

조성권 미래설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k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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