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직장어린이집 '시늉만'..."쉽지 않은데…"

입력 2016-03-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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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강화에 건설업계가 어린이집을 뒤늦게 설치하거나 개원을 검토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정부 정책의 취지에 공감해 발을 맞춰나간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생색내기용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직장어린이집 ‘푸르지오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본사에 설치된 어린이집은 총 285.28㎡ 규모로 만 1세부터 만 5세까지의 영유아 49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그동안 양육비 지원 등으로 보육지원을 해왔지만 다각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의 자녀 양육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를 기준으로 상위 10개 대형건설사 중 새로 어린이집을 개원한 대우건설을 포함해 현재 8개 기업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GS건설은 위탁운영 단체인 모아맘을 통해 가장 큰 규모인 76명 정원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롯데건설(18명)은 같은 단체를 통해 본사 인근에서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67명), SK건설(49명) 등은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을 통해, 현대건설(50명)은 한솔교육희망재단과 계약을 맺고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이달 판교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계획안은 꾸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상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인 기업은 어린이집을 직접 설치하거나 지역 어린이집이 위탁운영을 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계동 본사에서 2013년부터 50여 명 정원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등 3개 기업의 직원들이 함께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어 경쟁률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은 대형건설사 중 두 번째 큰 규모인 67명 정원으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지만 두 기업의 본사 상주 인원인 2500여 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어린이집 운영 규모가 GS건설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운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여직원의 경우 아이가 1-2세의 경우 복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자녀의 연령대가 어릴수록 정원 초과로 입소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직장어린이집이 있어도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규모 정원의 어린이집 운영은 까다로운 기준과 초기비용 증가, 일부 연령대의 수요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2013년 실시된 ‘직장어린이집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어린이집 미이행 사업장의 36.6%가 ‘수요 부족’, 31.0%가 ‘장소 미확보’, 15.5%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직장어린이집 위탁 운영업체의 한 관계자는 “원아 수가 50명만 넘어도 실내 또는 실외놀이터 등의 설치 기준이 적용돼 기업들이 할애해야 하는 공간이 대폭 늘어나고 초기비용 역시 커진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어린이집이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장과 가까운 위치에 거주하는 직원이 아니고서는 아이를 데리고 먼 거리를 출퇴근하며 어린이집을 이용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와 출산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5-6월 최대 1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이행강제금은 1회당 최대 1억원이며, 어린이집을 설치할 때까지 1년에 두 번 부과한다. 최고 2억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까지 보육시설 대신 인정받을 수 있었던 회사 측의 보육수당 지원은 올해부터 미이행으로 간주된다.

현재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대림산업은 올해 하반기 개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대산업개발은 설치 계획 여부를 여전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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