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금융위원회는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건설업계의 탄원으로 원안이 수정되었고, 지난 달 24일 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 의결을 통과했다.
이 지침은 1월 중 금융위원회 보고를 거쳐 공표되는데 이에 맞춰 금융감독원은 기업공시 관련 새 서식기준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정대로 새로운 서식기준이 나올 경우 건설사들은 올해 1분기 재무제표 공시 기간인 5월 중순까지는 새 지침에 맞게 준비해 공시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를 경우 전년 총 매출액의 5% 이상 금액의 계약은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주석에 진행률, 미청구공사 잔액, 대손충당금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 가운데 건설사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미청구공사’ 공개 부분이다. 미청구공사는 지난해 건설사들을 가장 크게 괴롭혔던 항목으로 말 그대로 발주처에 청구되지 않은 공사대금이다. 회계 장부에는 미리 매출로 잡혀있지만 실제 현금은 들어오지 않은 미수 채권이라는 뜻이다. 공사 기간내에 받으면 상관없지만 받지 못하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회계 전문가들은 잠재적인 부실 가능성이 큰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고, 신평사들은 이를 빌미로 건설사들의 신용도를 강등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방침에 건설사들은 미청구공사 잔액을 공개할 경우 해당 공사의 원가가 공개될 수 있고 결국 수주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안대로 공시를 할 경우 이를 이용해 계산하면 원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된다”면서 “우리 것을 모두 공개하고 수주전을 치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위 역시 미청구공사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는 논리를 들며 맞서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건설업계는 미청구공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책정하지 않아 수주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연결기준으로 국내 대형 상장 건설사들의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비율이 적게는 18.90%에서 많게는 34.30%를 차지해 금융당국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