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신혼집은 전세입니다. 그렇게 크진 않지만 둘이 살기 딱 좋습니다. 1년 전 계약할 때 집 주인이 저희에게 매매를 권하더군요. 자신들은 1가구 2주택이라 곧 팔 거라고요.
고민했습니다. 주인이 바뀌면 재계약을 못 할 수 있고, 전셋값이 집값과 별 차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이내 마음을 접었습니다. 조금 더 큰 집을 사고 싶단 욕심이 생기더군요. 꼭대기 층이란 것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부동산 과열 경고음이 가장 불안했습니다.
지금은 살짝 후회됩니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 홈페이지’에 들어가 시세 조회를 해봤는데요. 매매가가 8000만원이나 올랐더군요. 아래층은 9000만원이 뛰었습니다. 1년도 안 됐는데 말입니다. 기준금리도 곧 오른다 하고,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도 더 깐깐해진다 하니 ‘집 살 마지막 기회인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래서 이달 초 아파트투유(APT2you)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결혼할 때 청약통장 안 깨길 잘했다’며 만날 스스로 칭찬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을 장만하려니 불안합니다. 이투데이 13일, 16일 자 기사입니다. 「전셋값 숨 고르기…가격 상승 폭 5주 연속 둔화」,「부동산 열기 가라앉나…아파트 경매시장 상승세 주춤」. 제목만 봐도 느낌이 안 좋습니다.
기사를 좀 읽어볼까요. 서울의 11월 둘째 주 전셋값은 0.16% 올랐습니다. 전주(0.21%)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네요. 5주째입니다. 매매가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요.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0.07% 뛰었습니다. 전주(0.09%)보다 덜 올랐네요.
전국서 가장 ‘핫’한 대구가 심상치 않습니다. 대구 집값은 지난 3년간 연평균 14%씩 오를 정도로 뜨거웠죠. 최근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부동산자산연구소에 따르면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2주 동안 0.06%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올해 들어 최저 상승률입니다. 청약 최고 경쟁률 158대 1을 기록하던 한 아파트는 계약 포기가 속출하면서 1/4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고 하네요.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1~2년 뒤 분양으로 전환되는 주택 인허가 물량은 5월 말 기준 22만7000채에 달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올해 50만 채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택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미분양 없이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는 아파트 공급 물량이 2025년까지 평균 33만 채라고 합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입니다.
제 ‘걱정병’이 괜한 건 아니란 데 동의하시나요? 공급 과잉 우려에 가격까지 주춤한 데 이번 달 부동산 시장에 6만 7000여 가구의 물량이 쏟아진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집 사는 거,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