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시장 이끄는 톱3 증권사
개설 1년을 맞이한 상장지수증권(ETN)은 개장 1년 만에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개장 1년을 맞은 ETN의 활성화를 이끈 곳은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 3사다. 이들 증권사의 상품은 하루 평균 거래대금 상위권을 휩쓸며 ETN의 폭발적인 성장에 견인차 구실을 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ETN 시장의 개설 초기 거래량이 하루 평균 9000여주에 불과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거래량은 455만여주로 500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거래대금도 개설 첫 달 1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하루 평균 42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10개 상품으로 문을 열었던 ETN 시장에는 1년 만에 상장 종목이 6배 수준으로 늘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ETN 시장 1년 가운데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상품은 삼성증권의 ‘삼성 온라인쇼핑 테마주 ETN’으로 49억원에 달했다. 이 상품은 FN가이드가 산출하는 온라인쇼핑 테마주 지수의 수익률을 오차 없이 추적하는 상품으로 펀더멘털과 유동성 면에서 가장 우수한 5개 종목을 구성, 투자하고 있다.
이어 삼성증권의 ‘삼성 미디어 테마주 ETN’(33억4880만원)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증권은 4~9위에 ‘삼성 바이오 테마주 ETN’(16억6901만원), ‘삼성 증권 테마주 ETN’(15억6377만원), ‘삼성 건축자재 테마주 ETN’(13억2587만원), ‘삼성 레저 테마주 ETN’(13억1314만원), ‘삼성 화학 테마주 ETN’(12억5719만원), ‘삼성 화장품 테마주 ETN’(9억2291만원) 등을 올리며 거래대금 톱10에 8개 종목을 올렸다.
임상백 삼성증권 VP(바이스프레지던트)는 “ETN 개장 초기이다 보니 상품이 없으면 고객에게 다가가기 어렵다”며 “다양한 상품을 확충하는 것을 초기 과제로 잡았고, 이는 거래대금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내 주식 및 유럽과 중국 등의 이슈를 반영한 기초지수를 접목해,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테마와 섹터로 상품을 만든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의 ‘옥토(octo) 제약 TOP5 ETN’은 일평균 거래대금 29억3673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트루(TRUE) 코스피 선물매도 풋매도 ETN’은 일평균 거래대금 6억2390만원으로 10위를 기록했다.
박은주 한국투자증권 팀장은 “종목수가 늘어났고, 주식형 섹터 5종목의 거래가 많다”며 “한미약품 등 잘 움직이는 종목들이 들어가 있는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 들어 주식형 ETN이 많이 발행됐고, 주식투자자들의 ETN 관심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문성제 NH투자증권 에퀴티(Equity)파생운용부 차장은 “제약 ETN의 경우에는 최근 한미약품의 대형 수주와 글로벌 헬스케어 섹터의 호조에 힘입어 많은 거래를 기록한 바 있다”며 “또 시장 초기임을 고려해 당사의 LP가 타 상품 대비 최대한 타이트하게 LP 호가를 제시하고 있고, ETN에는 거래세가 없어 거래가 쉽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상장종목수 기준으로 ETN은 ETF의 28%에 해당하는 상품이 상장되어 있다. 대부분 국내 주식형 상품이며, 해외 주식형과 원자재(Commodity)형에 상대적으로 많은 ETN이 상장되어 있다. 특히 ETF와 달리 ETN은 발행사의 내부 전략을 구현하거나 레버리지·인버스 형태의 상품 구성이 대부분이다. 또 추적 대상도 ETF와 달리 특정 자산 또는 특정 전략에 집중된 일종의 틈새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즉, 다양성과 특화된 전략이 ETN의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과제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체 61개 상장 종목 가운데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과 같은 대형 증권사가 내놓은 몇몇 상품에만 거래가 쏠리는 측면이 있다. 또 자산처럼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ETN 상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팀장은 “거래만 많이 늘고 있지 실제로 ETN 상품을 홀딩해서 펀드처럼 보유하는 개념으로 가져가는 분들이 적다”며 “기존 ETN이 주식보다 리스크 분산효과가 있는 만큼 이것은 그대로 가고, 좀 더 이해하기 쉬우면서 자산을 홀딩하기 쉬운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차장은 “기존의 ETF가 코스피(KOSPI)200, 중국증시, 원유선물 등 특정 자산에 대한 단순투자(outright investing)로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음을 고려할 때, ETN은 다이내믹한 상품구조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펀드나 랩 등에서 얻을 수 없었던 투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야구를 예로 들자면 ETF가 빠른 직구를 지닌 정통파 투수라면, ETN은 변화구와 두뇌싸움에 능한 기교파 투수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ETN은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앞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빅 볼(Big Vol)·스마트리밸런싱 ETN 등과 같은 아이디어 상품들을 계속 출시할 수 있도록 상장 심사에서의 유연성이 더욱 필요하며, 낮은 상장비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증권 기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