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법인세율로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피난처로 활용돼왔던 아일랜드가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일랜드 정부는 내년에 도입하는 ‘지식개발상자(knowledge development box)’에 대한 법인세율을 6.25%로 적용하기로 했다. 즉 지적재산권 수익에서 얻어진 수입임을 입증하면 현행 12.5%인 법인세율을 절반으로 낮춰준다는 것이다.
마이클 누난 재무장관은 “‘지식개발상자’는 12.5%의 법인세율과 R&D 세액공제 등을 지닌 세계 최고 경쟁력인 아일랜드 법인세제에 또 하나의 장점을 더하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아일랜드의 이 같은 조치를 바라보는 미국과 주변 유럽 국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일랜드는 이미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아일랜드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논란이 돼온 이른바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비난이 고조되자 이를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더블 아이리시’는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사업 총괄법인을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세워 자회사 기술료(로열티)라는 형태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나서 다시 한번 버뮤다 등의 ‘제로 세율’ 지역으로 옮겨 납세액을 최소화하는 회계 기법을 일컫는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화이자 등 다국적 기업들은 이런 조세체계상의 허점을 이용해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절약해 왔다. 이에 따라 상당한 수입이 자국 내에서 발생함에도 이들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극히 적은 미국과 EU 등에서 이들 다국적기업과 아일랜드 정부를 거세게 비난했고, 이에 아일랜드는 ‘더블 아이리시’를 폐지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EU 집행위는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과 약속한 법인세 적용 내용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아일랜드가 법인세율이 낮은 친기업 국가를 찾아나서는 이른바 ‘세금쇼핑’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