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밀러 “회사가치 저평가됐다”…AB인베브 “우호적인 인수 지속적으로 원해”
세계 맥주업계 1위 안호이저부시(AB)인베브와 2위 사브밀러의 통합 여부가 업계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브밀러가 7일(현지시간) AB인베브의 세 번째 인수 제의를 거부하면서 공룡맥주업체 탄생이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브밀러는 이날 이사회에서 AB인베브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사브밀러 이사 16명 중 최대 주주이자 미국 담배회사인 알트리아그룹이 지명한 이사 3명을 제외한 13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알트리아그룹이 별도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사브밀러 이사진을 설득하는 데엔 실패했다.
사브밀러 측은 “AB인베브는 우리 고유의 사업 기반과 독립지향적 성향을 상당히 낮게 평가하고 있다”며 인수 제안 거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AB인베브는 이날 사브밀러에 대해 682억4000만 파운드(약 120조8462억원) 규모의 인수를 제안했다. 이는 지난 9월 제시한 액수보다 44% 상향 조정된 수준이다. AB인베브는 앞서 사브밀러에 주당 38파운드와 40파운드에 인수를 제안했었다. AB인베브는 이날 인수가로 주당 42.15파운드를 제안하고 사브밀러 주식 41% 가량에 대해서는 일부를 주식으로 지불하는 대안도 마련했다.
그럼에도 사브밀러가 제안을 거부하자 AB인베브는 성명에서 “사브밀러가 이전 제안을 거절한 데 대해 실망했다”고 전했다.
사브밀러가 AB인베브의 제안을 거듭 거부하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몸값을 높일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인 알트리아그룹이 양사 통합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끝까지 거절하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AB인베브는 앞으로 인수가 상향 조정, 인수 포기, 적대적 인수ㆍ합병(M&A)으로의 전환 등 세 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AB인베브의 카를로스 브리토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우리는 사브밀러에 대한 적대적 M&A 계획이 없다”며 “우호적인 인수를 지속적으로 원한다”고 밝혔다. 브리토 CEO의 바람대로 진행되려면 사브밀러 이사회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이사회는 여러 수단을 이용해 (인수협의)참여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AB인베브가 사브밀러의 요구에 어느 선까지 응할 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AB인베브(20.8%)와 2위 사브밀러(9.7%)가 통합하면 총 점유율은 30.5%, 매출 64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식품업체로 부상한다. 다만 양사의 합병에는 미국 등에서의 독점금지법 저촉 여부를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에 대해 브리토 CEO는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독금법에 대한 규제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