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9월 위기설] 악재 겹치며 환율 요동… 주가 반등에도 짐싸는 外人

입력 2015-09-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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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떠난 글로벌자금 유로화 등 선진국으로 이동… 국내증시도 자금이탈 불가피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와 설(說) 속에서도 가장 뚜렷한 변수는 환율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환율 변곡점은 증시 변곡점이기도 하다. 환율이 방향을 바꾸면 종목은 물론 전체 지수도 쉽게 들썩거릴 수 있다.

이유는 외국인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 투입되는 자금의 30% 이상이 외국 자본이다. 2010년대 들어 미국과 유럽, 중국 자금들이 각각 자국의 증시 불안과 저금리를 피해 신흥국 주요 증시에 스며들고 있다.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주요 신흥국들이 빠르게 경기 회복에 나서면서 외국인 투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기도 했다.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고 있었지만 그리스와 포르투갈에서 시작한 유럽의 증시 불안, 미국의 저금리를 피한 자금이 국내에 들어오는 양상이었다.

이렇듯 외국계 자금이 밀려오는 현상에서 환율은 언제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환율 움직임에 따라 수출주가 직접적 영향을 받았고,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유가도 환율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환율은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 증시에 주요 투자주체로 자리 잡고 있는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원ㆍ달러 환율에 따라 외국인의 투자 행태는 급변한다. 종목에서 이익을 남겼어도 환차손에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거꾸로 환율이 유리해지면 종목에서의 손해를 만회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외국인의 계산기 속에서는 다양한 변수와 환율이 투자의 향방을 가르고 있다는 의미다.

◇리스크 빠르게 받아들이는 환율, 호재는 더디게 반응 = 환율은 정부의 개입이 없는 한 여전히 대외 변수에 영향을 깊게 받는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은 뚜렷한 상승 추세선 속에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 쇼크 탓에 등락이 이어졌지만 지난 6월 말 시작한 추세선은 일정한 상태다.

환율은 시장을 뒤흔드는 다양한 변수 가운데 악재에 곧바로 반응하고, 호재를 더디게 반응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중국 증시불안이 완화됐음에도 환율은 상승 추세 속에서 여전히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중국 위안화 기습 평가절하 이후 미국 달러는 물론 유로화와 엔화 등 이른바 선진 통화들의 약세가 시작됐다.

대(對)중국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활발한 교역이 이뤄지는 한국의 환율은 곧바로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북한의 포격도발이 겹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요동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런 환율 요동 속에서도 원화 강세는 한국 투자시장의 메리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투자금 대비 얻을 수 있는 주식이 적어진 셈이다.

◇美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따라 환율 추세 변해 = 최근 중국과 미국의 증시불안이 이어지면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와 관련해 다양한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점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미뤄질 것이라는 반응이 힘을 얻으면서 유로와 엔화는 미국 달러화에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호주달러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들은 미국 달러화에 강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을 팔고 선진국 자산을 매수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의 큰 그림은 신흥국 자산에 투자되었던 해외 자금들이 선진국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주식시장에서 지속적인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은 중국 증시불안이 완화된 이후 코스피가 반등하는 추세에 동참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4일 단 하루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매도로 일관했다. 코스피가 저점을 통과하며 반등을 시작했던 지난달 25∼27일에도 무려 1조4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증시에서 빼내갔다. 이 같은 외국인의 이탈세 역시 앞서 언급한 투자금의 신흥국 이탈과 흐름을 함께 한다.

◇달러와 유로 강세…원화는 불안한 상승 = 중국 위안화의 대폭 평가절하가 본격적으로 중국 경기를 부양하기 시작한다면 해외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을 팔고 중국을 포함한 선진국 자산 매수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과 본격적인 경쟁구도를 갖추지 않았지만 위안화 평가절하는 우리 돈의 약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유로ㆍ달러 환율을 보면 이러한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유로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17일 1대 1383달러까지 상승했다. 유로ㆍ달러 환율이 최근 급등한 원인은 과거의 유로 캐리 트레이드 거래의 청산도 있겠지만 신흥국 자산을 매도하고 글로벌 투자자금들이 유로화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 같은 경우는 안전자산이기는 하지만 올해 내에 연준 금리인상 기대감과 뉴욕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면 가격이 하락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떨어진 상태. 때문에 신흥국 자금이 유럽에 집중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당분간 유로화의 달러화에 대한 강세는 지속할 수 있고 달러ㆍ엔 환율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유로화의 달러화에 대한 강세 지속의 근거는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 플로(Flow)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달러ㆍ엔 환율은 뉴욕증시와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낸다면 연준 금리인상 지연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北 포격도발은 외국인에게는 쇼크 =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향후 원화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환율은 리스크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호재를 더디게 받아들인다. 한반도 긴장이 종료됐지만 외국인의 심리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한반도 긴장고조가 한국 국가신용도에 상당부분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개인과 국내 기관들은 북한의 도발에 큰 우려를 지니지 않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문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흘러들어가는 흐름이고, 외인이 코스피 현물을 대거 순매도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원ㆍ달러 환율이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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