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다” 中 위안화 절하유가하락 등 대외변수에 취약…달러 강세 지속되면 이머징마켓 충격 클 듯“아니다”美 9월 금리인상 지연설에 글로벌 증시 진정세…한국 증시도 낙폭 만회중… 추가 랠리도 기대
하느님도 모른다는 증시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하기에는 투자자들의 힘은 너무 미약하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공포’에 너무 쉽게 반응한다. 이제껏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각종 ‘위기설’들이 주식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막상 위기설이 현실화 됐던 경우는 많지 않았다. 최근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9월 위기설’도 마찬가지다.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중국 경제 둔화 가능성, 신흥국 자금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상호 혼재되며 국내외 증시를 혼란에 빠뜨렸던 ‘9월 위기설’이 그저 ‘설’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최근 낙폭을 일부 만회한 것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추가 랠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과도한 ‘공포감’이 문제이듯 섣부른‘기대감’도 금물이다. 국내외 증시 상황이 어느정도 진정세를 보이는 모습이지만 국내 증시를 둘러썬 대내외 불안요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어느때보다도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해야 할 때다.
◇‘9월 경제 위기설’ 결국 ‘설’로?…전문가들 “단기 반등 나설수 있어” = ‘9월 위기설’이 무색하게 전문가들은 이달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코스피가 8월 급락세를 회복하고 단기적으로 2000선을 무난히 회복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는 것. 한 증권사는 이달 코스피 예상 지수 상단으로 2050을 제시하기도 했다.
불과 1주일 전만해도 시장을 지배하던 불안감이 다소 해소된 모습이다. 그렇다면 국내외 증시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했던 ‘9월 경제 위기설’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9월 경제 위기설’은 미국 월가에서 시작됐다. 2008년 12월부터 제로금리를 유지해온 미국이 이달 금리를 올릴 경우 신흥국에 투자됐던 돈이 미국으로 다시 몰리면서 신흥국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것이란 것이 요지였다.
여기에 중국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크게 악화됐다. 일각에서는 1998년 아시아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나며 우려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국내 증시도 여지없이 흔들렸다. 신흥시장 중 개방도가 높은 탓에 충격은 그 어떤 신흥국보다 큰 모습이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국내 증시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들로 인해 연일 급락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 역시 커졌다. 일명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200)가 한때 28.58(지난달 24일 기준)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중국이 잇달아 경기 부양책에 내놓으면서 글로벌 증시가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국내 증시 역시 반등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몇주 전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관련 우려 또한 일부 약화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달 국내 증시의 단기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성장 고민은 유효하지만 9월 위기설은 과잉된 것이며 현재 한국에 대한 미국 은행 대출의 익스포저는 보합 수준”이라며 “국내 증시는 단기적으로 기술적인 반등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도 “코스피는 8월의 급락 장세를 벗어나 안도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9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주가 되돌림이 내달 초에 나올 수 있고, 특히 최근 잇달아 발표된 중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조치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도 긴장하자”… 美ㆍ中 상황에‘촉각’ 곤두세워야 = 그러나 향후 증시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미국의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며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역시 글로벌 경제에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등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신중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향후 증시 상황을 판단하는데 있어 가장 주목해야할 이벤트는 오는 17일 예정된 FOMC다. 최근 글로벌 증시 불안으로 12월 금리인상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지난달 말 잭슨홀 회의에서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의 발언으로 이달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연준 내 2인자인 피셔 연준 부의장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에서 “물가 상승률 2%의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긴축(금리 인상)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
이같은 피셔 부의장의 발언에 얼마나 무게를 둬야 할 지는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연준이 고용 여건 개선을 바탕으로 9월 기준금리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 반면 국제유가 하락과 달러화 강세, 위안화 평가절하 등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며 12월 금리 인상설에 힘을 보태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
미국이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에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도 의견은 나뉘는 모습이다. KDB대우증권은 “미국이 9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달러화의 추가적인 강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에 유보하더라도, 올해 내 언제든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이머징마켓의 추가 충격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 회의 이후에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든 올리지 않든 간에 우려가 해소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역시 꾸준히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중국정부의 증시 부양책 포기설이 불거지면서 중국발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경제의 점진적 둔화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국내외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