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침체기에 전반적으로 떨어진 정유업계의 신용도가 단기 호황이 끝난 3분기 실적 여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신평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정유업계가 호황기에 근접하는 실적을 거뒀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 대외 여건이 만만치 않아 판단을 미루고 있다.
1일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올해 상반기에 총 3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정제마진 호조와 유가 회복세 영향이 컸다.
정유 4사는 작년 한 해 2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던 정유부문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비슷한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고, 비정유부문도 전년동기 대비 소폭 상승한 1조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영업호조로 현금 창출력이 개선되고 저유가에 따른 순운전자본 감소효과와 투자 및 배당 축소 등으로 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정유 4사는 작년 말 합산기준 19조700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이 올해 6월말 기준 15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정제마진 약세와 국제유가 급락이 맞물려 최악의 적자를 낸 정유업계가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을 내면서 신용등급 상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신평사들이 올해 초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고,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던 것에 대한 재조정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평업계는 정유업계의 신용등급 회복에 신중한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상반기 실적호조가 일시적 수급개선 요인에 기여한 측면이 있고 3분기 들어 정제마진과 유가가 약세로 전환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평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 예상을 웃도는 영업성과 개선은 정유업계 신용도에 긍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3분기 이후 정제마진과 유가 하락,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위안화 평가절하 등은 업황 호조의 지속성에 대해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3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시점에 영업여건과 실적 추이, 수익창출력과 현금흐름 및 차입부담 등을 토대로 정유업계 전반의 신용도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