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톡톡] ‘노동계 없는’ 노동개혁 택한 고용노동부, 뭐가 그리 급했나

입력 2015-08-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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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간 기싸움이 지루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양측 모두 ‘일반해고 지침 마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고수 중이다. 한치의 양보나 물러섬도 없이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지리한 싸움을 끝내고 싶었을까.

20일 오전 10시경 고용노동부에서 갑자기 ‘장관 오참 알림’ 이라는 제목의 문자 한통이 날아왔다. 서울 여의도 인근 식당에서 장관과 출입기자간 오찬 간담회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세종시에서 고용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는 시간 안에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런 일정에 기자들은 어리둥절 했지만 “무엇인가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이 이날 점심 기자들과 만나 던진 화두는 “오는 26일까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으면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노사정 대화 참여를 압박하기 위한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오는 26일에 열리는 한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반드시 노사정위 복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정부의 최후통첩이기도 했다.

뭔가 섣부른 감이 들었다. 한노총이 지난 18일 일부 노조원들의 실력 저지로 노사정위 복귀 결정 논의가 무산된 이후 26일 중집을 개최해 재논의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 강경파들의 반발이 거세 이날 복귀가 결정되리라고는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 이날 중집에서 반드시 노사정 대화 재개 선언을 해야 할 강제성도 없었다. 한노총이 성명을 통해 밝힌 대로 한노총은 ‘자주적 조직’ 이며 노사정위에 복귀하고 말고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지 외부에서 들어오라 말라 한다고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노총 지도부가 이미 노사정 대화를 재개하기로 뜻을 모은 만큼 일각에서는 18일 복귀 결정 보류가 ‘명분쌓기용’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복귀’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는 분석도 많았다.

하지만 정부는 국회 일정과 내년 예산안 마련 등을 감안한다면 다음 달까지 노사정 대타협안을 마련해 국회 입법 등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며 노동계를 압박했다.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한 사안임은 분명하지만 노정간 협의 없는 ‘데드라인’만 강요하고 더 나아가 ‘노동계 없는 노동개혁’까지 불사하겠다며 선수를 친 것은 더 큰 반발만 불러올 수 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20일 이 장관이 간담회를 통해 해야 할 주요 요지는 한 일간지를 통해 간담회 시간에 앞서 보도까지 됐다. 경위야 어찌됐든, 이 장관 스스로 “34년을 (관료로) 근무하면서 특정 언론사에만 말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라고 해놓고 본인이 내뱉은 말을 스스로 뒤집는 격이 된 것이다.

한노총은 더 이상 데드라인에 대한 언급을 중단하고, 노사정 대타협의 걸림돌인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마련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변화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고용부 입장에선 노동시장 개혁을 앞당기기 위한 ‘공세의 한 수’였겠지만 결국 노사정 대화 재개를 둘러싼 노정간의 갈등만 더욱 격화시키는 ‘악수’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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