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중국, 번영이냐ㆍ몰락이냐…기로에 선 시진핑

입력 2015-07-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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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번영과 몰락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시 주석이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블룸버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로에 섰습니다. 후대 역사에 중국의 장기적인 번영을 이끈 지도자로 기록되느냐, 몰락의 시작에 선 지도자로 남느냐 하는 갈림길에 선 것이지요.

사실 시진핑은 장쩌민, 후진타오 등 전임자에 비하면 참으로 불행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두 전임자는 덩샤오핑에 의해 후계자로 낙점돼 권력 이양 과정에서 큰 잡음이 없었습니다. 또 개혁개방 정책의 과실로 고속성장하는 시대여서 경제적으로도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지요.

그에 비하면 시진핑은 어떻습니까. 지난 2012년 당서기에 올라 권력을 장악하기 전까지 보시라이, 저우융캉 등 부정부패의 ‘호랑이’들과 치열한 암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시 주석이 권좌에 오르기 전 쿠데타 설이 나돌 정도였지요. 보시라이와 저우융캉 축출엔 성공했지만 시 주석은 최근까지도 정적들에 의한 암살 기도로 여러 차례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입니다. 고속성장의 시대가 끝난 가운데 이전보다 느리지만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 과제가 시 주석에게 떨어졌습니다. 역사적으로 경제 대호황이 끝나면 불경기, 더 나아가 대공황이 닥쳤습니다.

중국은 1970년대 후반 개혁개방 정책 실시 이후 여러 차례 경제위기가 왔지만 실질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은 적은 없습니다. 그만큼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여파가 끝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증시는 그런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지요. 지난 1년간 중국 경제에서 가장 활발하고 긍정적이었던 부문이 증시였는데 이마저도 무너지려고 하는 것입니다. 중국 지도부가 이에 온갖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을 덜어내기는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당초 시 주석은 증시 강세라는 호재를 이용해 내수를 부양하려고 했습니다. 저성장 시대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이기 때문이지요. 일반적으로 수출보다 소비가 고용창출 효과가 좋은데 중국증시 8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박이 아니라 쪽박을 차게 되면 소비활성화가 물건너 가게 됩니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개혁이 답’이라고 부르짖고 있지만 시 주석이야말로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죠. 문제는 개혁을 실행하기에도 너무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

어쨌든 지금 시 주석의 모습을 보면 허버트 후버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 대공황으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 전 미국 대통령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왕이면 시 주석이 루스벨트처럼 성공한 지도자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시 주석의 팬이라거나 중국을 사모해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고 한국에 놀러 오는 수 많은 중국 관광객은 한국 자영업자들을 먹여 살리게 됐습니다. 중국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일이 터지면 한국도 많은 사람이 실업자로 거리에 나앉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우리 정부도 최악의 상황을 시나리오로 잡아놓고 미리 대책을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요. 미국은 9ㆍ11 테러가 터지자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을 모두 불러놓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테러를 묘사하게 해 그에 대한 가상 대응대책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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