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ㆍ저신용자 대출 더 어려워질 듯
31일 금융감독원이 주택 담보대출 여신심사 체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시중은행들은 당초 예상했던 내용에서 크게 달라지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세부적인 안에 대해서는 책임을 은행에 떠넘긴 셈이어서 이에 대해서는 곤란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단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한 후 은행권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세부안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여신심사 체계를 담보위주에서 채무상환능력 중심으로 전환함에 따라 세부시행안에 채무자 상환능력을 파악하는 데 집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여신심사 체계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 적용하고 자체 개인신용평가 등급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고객의 신용평가 등급에 따라 DTI를 차등 적용하겠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금감원의 모범사례를 따르되 대출시 신용등급을 추가 반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현재 신한은행은 자체적으로 고객에 대해 12개 신용등급으로 나눠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에 금감원에 제출했던 6억원 이하 대출자 가운데 신혼부부나 미취학 아동을 둔 대출자에게는 DTI 60%,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와 개인사업자는 DTI 50%를 적용하는 방안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서민들의 대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증빙을 차주가 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질 소득과 세무신고 상의 소득을 놓고 명확한 판독이 어렵지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자영업자의 경우 스스로 소득증빙을 해야 하는데, 자영업자가 제출한 자료의 정확도응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채무자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을 하도록 함에 따라 실질적인 신용대출과 유사한 형태가 되기 때문에 담보물이 있어도 저신용자의 경우에는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소득수준이 낮거나 거래 행태가 불량한 경우 대출을 자제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신한은행도 신용등급 하위등급에 대해서는 대출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당분간 투기지역과 수도권 등과 5000만원 이상 대출에 제한돼 실시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향후 소액대출과 지역이 확대되면 서민들의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