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해명의 코미디 순위는?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6-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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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 (사진제공=뉴욕한국문화원)

“난 일본 드라마 ‘러브 제너레이션’을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해요. 당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요.”1999년 3월 MBC 드라마 ‘청춘’에 대한 표절 의혹 제기 기사를 쓰고 난 직후 드라마 PD의 협박성 반응이었습니다. 방송위원회 조사로‘청춘’은 표절 판정이 나 드라마는 방송 중단됐고 연출자는 징계를 받았으며 작가는 방송작가협회에서 영구 퇴출당했지요.

‘청춘’ PD의 반응은 뻔한 거짓말이었지만 오히려 순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구요.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 해명이 하도 기가 막혀서지요. 소설가 이응준이 16일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올린‘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에서 신경숙의 소설 ‘전설’(1996)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우국’(1983)을 표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작품(‘우국’)을 알지 못한다.” 17일 나온 신경숙 작가의 첫 입장입니다.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 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르 클레지오가 말했듯이 작가에게는 모국어가 조국이에요. 나는 모국어를 떠나서는 살 수 없어요. 내 땅이 문학이기 때문에 땅에 넘어지면 땅을 짚고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작가에게 조국’이라고 강조한 모국어의 진정성을 깡그리 무력화시키는 말장난에 불과한 해명은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왔습니다.

이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 열린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의 토론회에서 문학평론가 이명원 경희대 교수 “신경숙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에 대한 의식적이고 명백한 표절”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표절은 시간, 노력, 그리고 자본을 들여 만든 타인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자 문제 있는 행태입니다. 타인의 아이디어, 창작권, 학문적 권리의 명백한 강도질이지요.

많은 사람이 영혼의 도둑질이자 중대한 범법 행위이기도 한 표절을 한 것이 들통 나면 기막힌 혹은 코미디 같은 해명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려고 합니다. 가관인 표절 해명 한번 볼까요.

2013년 11월 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자유로가요제’ 에서 박명수가 부른 ‘아이갓씨(I Got C)’가 카로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를 명백하게 표절했다는 주장에 작곡자 프라이머리측은 “표절 아닌 장르적 유사성으로 인한 해프닝” 이라는 말장난을 하다가 비판의 집중포화를 받고 원저작자와 합의를 보는 촌극을 연출했지요.

“논문의 표절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독창성에 문제가 있는가 아닌가가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표절의혹 제기는 정치적 음모이며 국민대의 표절 결정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 새누리당 문대성의원이 박사학위 논문 표절판정과 이로 인한 박사학위 취소에 대해 내놓은 후안무치의 해명입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고 또 학위나 논문을 활용해 학문적 성과나 학자로서 평가를 이용하려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논문작성 당시 현재와 같이 강화된 연구윤리 기준을 철저히 지키지 못한 점, 원저자와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허태열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에 대한 코미디 같은 입장표명입니다.

기막힌 표절해명의 백미는 바로 지난해 교육부 장관 후보로 올랐다가 지명철회 된 김명수 전 교원대 교수의 것입니다. 김명수 전 교수는“논문표절은 특수한 용어나 새로 만들어진 단어, 이런 것을 인용 없이 쓰는 경우가 표절”이라며 전대미문의 표절개념을 설파한 뒤 자신의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고 궤변을 늘어놓아 국회청문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신경숙 작가처럼 본질을 외면한 말장난에 불과한 해명에서부터 궤변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해명이 대부분입니다. 카를테오도어 추 구텐베르크 독일 국방장관이 2011년 박사학위 논문 표절이 밝혀지자 즉각 사과하고 장관직에서 물러났고,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은 2012년 20년 전(1992년) 쓴 박사논문이 표절판정이 나자 대통령직을 사임한 것과 참 많이 다르지요.

아 생각해보니 궤변 아닌 잘못을 시인하고 진심으로 반성한 사람도 있었군요. “논문 표절은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한 일이기에 깊이 반성합니다. 지도교수에게 석사학위 반납 의사를 밝혔습니다.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바로 잡지 못한 잘못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연기자 김혜수가 2013년 석사학위 논문의 표절문제가 제기된 직후 밝힌 입장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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