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 자본시장부 펀드팀장
매도 비율 결과에 대해 투자자들과 업계에선 예상한 수준이었고 기대조차 안했다며 코웃음을 친다. 그러나 실상 기업을 직접 분석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이번 매도 공시 비율 스트레스가 상당한 수준이다.
당초 금투협과 금융당국이 매도보고서 비율을 공시한다고 한 취지는 최근 벌어진 내츄럴엔도텍 등의 사건으로 리서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간 국내 리서치센터 대다수가 ‘매수’ 일색 보고서로만 일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도 직접적으로 “증권사들이 과감하게 매도 리포트를 내고 투자자 보호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업계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규제를 완화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다”고 매도 리포트를 독려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기업을 직접적으로 분석하고 보고서를 내는 리서치센터의 이유있는 항변에도 눈길이 쏠린다.
대다수 증권사 리서치 헤드들은 매도 보고서에 대한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굳이 공시 비율까지 우격다짐으로 독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실과는 맞지 않는 ‘조삼모사’식 규제라고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들이 리서치를 하는 투자 종목(유니버스)을 선정하는 것은 곧 미래성장 가능성이 담보된 기업을 담아 서비스하겠다는 것이고, 각 하우스마다 100여개 안팎의 유니버스 안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이렇게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데, 미래 성장을 내다보고 선택한 유니버스 안에서 매도 의견을 내라는 것은 ‘내 얼굴에 침 뱉기’ 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리서치 관계자도 “리서치가 커버하는 종목 중에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하면 목표주가 의견을 낮출 수는 있지만, 그 누구도 처음부터 매도를 위해 유니버스를 선정하지 않는다”며 “과거 1999년 말에서 2000년대 초 IT버블이 절정이던 시기엔 매도 종목을 찾기 쉬웠으나, 최근엔 한국시장이 저평가됐다고 투자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매수 종목을 찾기도 버거운 판”이라고 지적했다.
급기야 최근 금융감독원장이 나서 소집한 리서치센터장들과의 만남에서도 이번 매도 리포트에 대한 센터장들의 성토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매도 리포트에 대한 리서치센터의 속내를 들어보면, 최근 업계 내 과도한 규제를 풀어 자본시장의 동맥경화를 풀겠다는 금융당국과 협회의 취지가 자칫 아이러니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금융투자업계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의견엔 백번 공감한다. 하지만 이왕 작정하고 나선 투자자 신뢰 회복이라면 당국, 업계, 투자자 각 주체가 모두 동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투자자 신뢰를 찾겠다고 억지로 매도 비율을 맞춰 무리한 분석을 하게 된다면, 또 하나의 포퓰리즘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걱정부터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