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스물, 딱 그만큼

입력 2015-05-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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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현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원우회 부회장

“사람들이 우리 보고 좋은 때다 좋을 때다 그러는데, 애매하게 뭐가 없어.”

올 3월에 개봉한 영화 ‘스물’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 ‘스물’은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찬란하지만 어딘가 어설프고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시기 ‘스물’을 보내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스물’이라는 영화가 300만 관객에게 편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여느 작품들처럼 ‘젊음’을 그저 벅차고 아름다운 것만으로도, 그저 안타깝고 도와줘야 할 대상만으로도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좋을 때’인데 그걸 채 만끽하지 못하는 ‘그때’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스물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 시대의 스무살은 곧 ‘어른’이 된 것이며 그로 인한 ‘책임’을 의미했었다. 그러나 요즘의 스무살은 ‘어른’이라기보다는 ‘학생’의 의미에 더 가깝다.

몇 년 사이 고민이 많은 청춘을 위로하는 것이 흡사 유행처럼 사회에 퍼졌다. 기성세대를 대신해 젊은이들에게 사과하는 사람도 있었고, 청춘들을 위한 ‘멘토’들의 지침서도 서점에 쌓여가고 있다. 다 좋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네 청춘은 그저 아프기만 하지는 않은 것이다. 최근 ‘헬리콥터 맘’(자녀 주변을 맴돌며 온갖 일에 참견하는 엄마)들의 모임이 자녀 직장에까지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히려 과도한 환자 취급과 과잉 보호가 더 병을 키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스물에서, 우리의 스무살 기억에서 볼 수 있듯, 가끔 한심하고 애매하게 뭔가 없더라도 그때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도와주는 것이 진정 청년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영화 ‘스물’의 명대사가 그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것 같다.

“거 좀 힘들다고 울어버릇 하지마. 어차피 내일도 힘들어.”

“지금과 같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우리에겐 잘못 접어든 길에서도 다시 돌아갈 시간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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