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기획수사” 비판론 커져… 4.29재보선에도 악재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액 수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 정부 도덕성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해외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살 당일인 9일 오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에게 미화 10만달러를, 허 전 실장에게 7억원을 각각 건넸다고 밝혔다.
돈을 받은 의혹을 받는 두 사람 모두 현 정부에서 ‘2인자’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인데다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밝힌 내용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이 김 전 실장과 허 전 실장에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시점은 각각 2006년과 2007년으로 오래 전 일이지만, 사안 자체는 가볍지 않다.
이번 사건은 ‘의혹’ 자체만으로도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국무총리가 앞장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검찰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에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취지는 좋았지만 시작부터 국정동력 확보 차원의 ‘손보기’라는 지적도 많았다.
부패와의 전쟁 선포 직후 검찰의 사정칼날은 곧바로 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 비리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친이계(친이명박계)로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성 전 회장이 타깃이 됐고, 억울함을 호소한 그는 두 전직 비서실장에게 거액을 건넸다고 폭로하고 자살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와 검찰의 무리한 기획수사가 부른 ‘참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친이계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성 전 회장은)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면서 압박감을 느끼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갔다”며 “그 과정에서 얘기를 했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면 국민이 납득을 하겠나”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정부 최대의 정치스캔들”로 규정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지만, 김·허 전 비서실장에 대한 조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기엔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시점과 장소, 관련 인물 등을 밝힌 과정도 비교적 구체적이기 때문에 슬쩍 덮고 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경우 이미 공소시효(7년)가 지났다는 점에서 진실을 밝히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오는 4.29재·보궐선거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공방이 벌어지는 것만으로도 새누리당 후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전 회장의 언론인터뷰와 자살 사건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현 정부에 쏠리게 됐고, 이는 선거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야당 후보들은 이번 국면을 십분 활용해 유세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