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와 저성장이 정부의 세입 전망을 흔들면서 무증세 정책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중복 복지 사업을 줄여 3조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의 ‘깜짝’ 발표는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사실상 물가 하락에 따른 세수 부족의 우려가 커지면서 예산 절감을 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같은 날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0.4% 상승에 그쳤다. 4개월째 0%대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담뱃값 인상의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0.2%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보다 높은 물가와 실질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근거로 한 올해 예산이다.
실제로 정부는 실질GDP성장률에다 물가지표인 GDP 디플레이터를 더한 경상성장률을 바탕으로 예산을 짠다. 올해엔 성장률 전망치 4.0%에 GDP디플레이터 2.1%를 더한 경상성장률 6.1%를 기준으로 221조5000억원의 국세 징수액을 전망했다.
하지만 물가의 경우 한국은행이 1% 초반대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 시된다. 성장률 또한 정부 전망치인 3.8%가 흔들리고 있다. 해외경제예측기관 27곳의 평균전망치는 이미 3.4%로 하향조정됐다. 국내 기관들의 전망치도 3% 중반을 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단순셈법으로도 경상성장률이 1∼1.5%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장률 1% 하락은 약 2조∼3조원의 세수 감소를 불러온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4조5000억원의 세수가 부족할 공산이 크다. 물가상승률 발표 당일 정부가 별안간 3조원의 세출절감안을 발표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물가와 성장률의 추가적인 하향이다. 복지 지출을 줄여가며 무증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로서도 경기가 회생하지 못한다면 재정 정책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