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스위스 비밀주의] ②전세계 검은 돈이 스위스로 몰린 까닭은?

입력 2015-02-10 17:10수정 2015-02-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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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지리적 요인에 따라 은행들 프라이빗뱅킹 문화 유지 가능해

▲스위스 중앙은행. (사진=AP/뉴시스)

영화 ‘007’ 시리즈를 보면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물론 악당들은 스위스에 있는 은행을 통해 자금을 주고 받는다. 왜일까.

스위스 금융산업은 정치·경제의 안정, 은행비밀주의(banking secrecy) 등을 통해 세계 자본이 유입되면서 경제성장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13년 세계 금융중심지 순위에서 스위스 취리히는 전년 대비 1단계 오른 5위에 오르며 유럽에서는 영국 런던 다음으로 금융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스위스에 있는 총 312개 은행이 5조5000억 스위스프랑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1%는 해외 고객자산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프라이빗뱅킹(PB) 관리자산 규모는 2조8000억 스위스프랑으로 전 세계 자산의 26%를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스위스로 자금이 유입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잦은 전쟁과 혁명으로 불안해진 유럽의 왕실과 귀족들은 1815년 국제조약에 의해 영세중립을 보장받은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기기 시작했다. 이에 스위스 은행들은 ‘비밀주의’라는 핵심 영업전략을 앞세워 고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가 세금 확보를 위해 안전한 스위스 은행 계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독일 나치의 탄압을 피해 유대인들이 부동산을 처분하고 스위스 은행에 자금을 넣기 시작하자 스위스 은행은 은행법을 개정하며 스위스 비밀계좌가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1848년 연방국가가 된 스위스는 모든 전쟁을 피하고 점령당하지 않은 유일한 유럽국가로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전쟁과 제1차, 2차 세계대전 때도 중립을 지켰다. 이에 전쟁의 위험이 적은 스위스의 화폐 변동 가치가 적은 것 역시 비밀계좌 인기에 힘을 더했다.

스위스 은행들은 1935년 도입된 스위스 은행법(Bankgesetz)에 따라 고객의 거래에 대해서는 무조건 비밀을 지키는 프라이빗뱅킹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은행이 지켜야 할 비밀 사항은 은행 관계에 대한 정부뿐 아니라 계좌존재 여부, 고객정보 및 거래 내용 등이다.

스위스가 오랫동안 프라이빗은행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은행경영환경과 다국어를 구사하는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지리적 위치의 이점을 이용, 최고의 휴양지와 공항 등으로 세계 부유층을 유인하는 시설과 사회제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 년 간 은행비밀주의를 지켜온 스위스는 조세피난처, 돈세탁 지역이라는 오명을 얻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대상이 됐다. 미국이 자국인 탈법 자금 계좌를 보유한 스위스 은행을 기소하고 계좌정보 공개 요구 등의 거센 압력을 가했다. 또 고객정보가 해외 세무당국에 유출되며 명성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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