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 한달… KT&G 민영진, BAT코리아 가이 멜드럼의 셈법은

입력 2015-02-0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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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민영진 사장(왼쪽), BAT코리아 가이 멜드럼 사장. (사진제공=각사)
글로벌 담배 제조사의 저가 공세로 KT&G 민영진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담배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50% 아래로 수직 급락했기 때문이다. 한 편의점 업체가 집계한 KT&G의 지난달 매출 기준 점유율은 43.2%에 불과했다.

점유율 50%대가 무너지자 민 사장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2010년 취임해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며 별다른 위기 없이 지내왔지만, 이번 담뱃값 인상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담뱃값을 외국업체 수준으로 내릴 수도 없다. 값을 올려 금연 효과를 꾀하는 정부정책에 맞선다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고, 자칫 경쟁에 매몰돼 시장을 혼란으로 몰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KT&G는 예년과 달리 올해의 실적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외부 변수가 많다”며 “KT&G의 실적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KDB대우증권도 KT&G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10.8%, 26.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던힐과 보그 등을 판매하는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코리아)의 가이 멜드럼 사장은 10%대에 머물렀던 점유율을 2위와 1%포인트 차이까지 끌어올렸다. 연초 담뱃값 신고를 미루며 던힐과 보그 등을 전년 수준으로 판매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집중시킨 효과다. 보그는 3500원에 판매되면서 편의점마다 매대가 텅텅 비는 등 국민 담배 반열에 오르기까지 했다.

지난 2011년 던힐 등 주력 담배 제품의 가격을 200원 올려 점유율이 반토막났던 기억을 갖고 있던 BAT코리아에게 이번 저가 마케팅은 대성공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멜드럼 사장의 ‘저가 승부수’가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저가로 고객을 확보한 뒤 다시 담배값을 올려 수익을 꾀하는 것에 대한 시장의 변수는 남아있다. BAT코리아는 3500원에 팔던 보그를 오는 6일부터 4300원으로 다시 인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에 따라 각 제조사 대표들의 머리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라며 “민 사장의 ‘무관심 전법’이 통할지, 멜드럼 사장의 현란한 ‘치고 빠지기 전법’이 효과를 거둘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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