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간질성 폐손상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공산품에 대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지라"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심우용)는 29일 박모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에서 박씨 등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자녀들이 사망했는데, 살균제의 위험성을 알 수 있었던 국가가 관계 법령에 따라 이를 유해물질이나 의약외품으로 지정해서 관리했어야 했는데도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가가 2003년경 박씨 등이 사망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물질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해 유독물질이 아니라는 판정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판정과정을 보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잘못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가습기 살균제가 공산품안전법이 적용되는 공산품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규정상 제조업체가 스스로 확인을 거쳐 신고하도록 돼있을 뿐이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이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를 살균 소독제로 볼 경우에는 국가가 보건복지부 고시상 의약외품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피해자들이 제품을 사용할 당시에는 이 제품이 살균제가 아니라 물때 제거 등 청소용품으로 사용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간질성 폐손상' 등 폐질환을 얻어 2011년 사망한 피해자 유가족 6명은 2012년 1월 살균제 제조업체들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유가족들과 업체들 사이에는 지난해 8월 조정이 성립돼 이 소송에서 업체들은 빠지고 피고로 국가만 남게 됐다. 또 애초 소송을 제기한 유가족 2명은 업체와 조정이 이뤄진 뒤 소송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