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청춘이죠"…67세 택배기사의 하루 [포토로그]

입력 2024-10-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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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봉(67) 로젠택배 기사가 1일 경기 남양주시 로젠택배 중랑지점에서 배송준비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오전 6시 30분. 동이 막 트는 새벽녘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에 있는 로젠택배 중랑지점은 택배기사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합니다. 출근하자마자 따뜻한 믹스 커피 한 잔으로 속을 달래고 입구에 서 있는 10톤 트럭으로 향합니다. 이제 물류 하차 작업을 시작으로 하루 업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죠.

"형봉이 형". 동료 택배기사들이 저를 이렇게 부릅니다. 이곳에서 제일 연장자거든요. 올해로 택배 업무를 한 지 15년 차가 된 저는 택배기사 김형봉(67)입니다.

▲김형봉(67) 로젠택배 기사가 1일 경기 남양주시 로젠택배 중랑지점 10톤 물류트럭에서 택배 물건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김형봉(67) 로젠택배 기사가 1일 경기 남양주시 로젠택배 중랑지점 전동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배송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동료 택배기사들과 전동 컨베이어벨트 앞에 섭니다. 10톤 트럭에 가득 찬 물량의 택배 상자들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여기서 전동 컨베이어벨트로 내려지는 택배 상자들을 택배기사들이 각자 자신이 배송할 지역의 물품을 챙겨서 분류하게 되죠. 다들 익숙한지 주소를 빠르게 캐치해 하나, 둘 챙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30분~1시간가량 물품을 분류하게 되면 어느새 1톤 택배 탑차에 물건이 가득 찹니다. 오늘 제가 배송할 물량이죠. 하루 130개가량, 한 달이면 3000개가량의 물량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는데요.

▲김형봉(67) 로젠택배 기사가 1일 경기 남양주시 로젠택배 중랑지점에서 배송준비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저는 애초 사업을 하다가 IMF 외환위기 사태 당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사업을 접게 됐습니다. 이후 2009년 친구를 통해 택배 일을 해보는 것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때부터 제2의 인생이 시작됐죠.

60대 중반. 어떤 사람은 내게 택배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요. 물론 힘들죠. 그래도 택배 일은 참 정직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하는 만큼 벌어갈 수 있거든요. 열심히 많은 물량을 배송하면 그만큼 수익도 많이 가져가고, 일을 덜 하게 되면 수익도 적어질 수밖에 없죠.

사실 저도 사업도 해봤고 다양한 업종의 사람을 만나는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일한 만큼 못 버는 직업도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택배는 참 정직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15년을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김형봉(67) 로젠택배 기사가 1일 서울 중랑구의 한 거리에서 물품을 배송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김형봉(67) 로젠택배 기사가 1일 서울 중랑구의 한 의류업체에서 물품을 배송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앞으로 얼마나 더 택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냐고요? 일흔 살까지는 현업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아직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100세 시대에 제 나이면 청춘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과거에 비해 환경도 더 좋아졌어요. 과거에만 해도 40kg 이상의 무거운 쌀포대가 엄청나게 많았고, 커다란 박스로 된 물량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쌀도 5~20kg 정도로 소포장 된 경우가 대부분이죠. 코로나19 이후로는 작은 상자의 택배 물량이 많아져서 그만큼 배송하기도 편리해졌어요.

무엇보다 택배기사는 고객들이 미소 지을 수 있도록 해주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도 뿌듯함을 느끼죠. 최근엔 면대 면으로 대면 배송을 하는 것보다 집 앞에 택배 물건을 배송해 놓고 문자를 보내면, 고객들은 퇴근길 집에 온 택배를 기대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고객들의 퇴근길도 즐겁지 않을까요? 그 택배를 받아본 고객들의 미소를 상상하며 오늘도 전 기운 내서 고객들의 행복 상자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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