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중국을 대신하는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자리잡은 것은 ‘탈 중국현상’과 관계가 크다. 인건비 상승 등 현지 제조 환경의 악화는 물론, 최근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급성장하며 글로벌 강자로 부상한 것도 현지 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인이되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을 8개 산업으로 재구성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과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6개 주력 산업의 점유율이 중국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은 올해 2분기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국이 중국에 1.2%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레노버·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기업 9곳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1.3%, 한국의 삼성·LG의 점유율은 30.1%로 집계됐다. 자동차산업은 중국이 2009년 243만대 가량 우리나라를 앞서며 역전했다. 지난해에 중국은 세계시장 점유율 12.5%(1097만대)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9.8%(863만대)로 집계됐다.
중국 기업들은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는 수준을 넘어서 막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내수에서 쌓인 자금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에도 투자하면서 기술격차도 상당히 좁혀졌다. 여기에 정책 변화, 인건비와 위안화 가치 상승 등으로 중국진출 기업의 사업 비용도 상승했다.
자연스럽게 중국 내수 시장에서 밀린 국내 기업들은 하나, 둘씩 중국을 떠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90%에 육박했던 중국 진출 제조기업 비중은 1년 사이 20% 이상 줄어들었다. 대신 우리나라와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무려 63%가 늘었고, 작년 1~9월 인도네시아 FDI도 27% 증가했다.
특히 인도는 성숙기에 접어든 중국보다 발전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000달러 정도이지만 인도는 1500달러에 불과해 그만큼 아직 개발되지 않아 기회가 많이 남아 있다. 경제계는 인도의 잠재력이 15년 전의 중국과 비슷한 발전 단계고 인도의 내수와 산업 공급력이 2020년에는 지금의 중국처럼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국내기업이 경제에 눈을 뜬 중국 시장에 몰려갔던 모습이 인도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장상해 코트라 중국사업단 차장은 “한국기업이 차지하고 있던 부분을 중국기업에게 많이 잠식당하고 있고, 중국 내수 시장을 확대하지 못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밀려나 인근 동남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등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