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프레지던츠컵 의장 의미를 얼마나 알까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11-1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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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명예 의장직 수락에도 2015 프레지던츠컵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2015 프레지던츠컵 관계자 접견 장면. 왼쪽부터 최경주 인터내셔널팀 수석부단장,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 박 대통령, 팀 핀쳄 PGA투어 커미셔너, 제이 하스 미국팀 단장. (뉴시스)

박근혜 정부의 골프정책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박 태통령의 2015 프레지던츠컵 명예 의장직 수락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박 대통령은 골프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골프에도 관대하지 못하다. 사실상의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팀 핀쳄 커미셔너와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 최경주 수석 부단장, 제이 하스 미국대표팀 단장을 접견하고 프레지던츠컵의 명예 의장직을 공식 수락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골프도 산업적 측면으로 봐야 한다”며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프레지던츠컵 명예 의장직 수락은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가 있다. 1994년 창설 후 개최국의 현직 혹은 전 국가 수장이 명예 의장직을 수행해온 만큼 사실상 선택 여지는 없었다. 더구나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그 의미는 더한다.

결국 박 대통령은 명예 의장직 수락으로 지난해 미국 대회에서 명예 의장을 맡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프레지던츠컵의 명예 의장을 맡은 세계 10대 리더 중 한 명이 됐다. 여성 의장은 2011년 호주 대회 명예 의장을 맡은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에 이어 두 번째다.

무엇보다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PGA투어 측은 200개국에서 10억명 이상이 내년 프레지던츠컵을 시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 세계에서 약 12만명은 프레지던츠컵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야말로 장밋빛 전망이다.

프레지던츠컵의 국내 개최가 결정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국내 골프업계는 환호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골프 정식종목 채택과 함께 국내 골프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끝도 없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전국에는 500개에 육박하는 골프장이 골퍼 모시기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 중 회원제 골프장은 입회금 반환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골프인구 증가율도 예년 같지 않아서 골프장은 물론 연습장, 골프용품, 의류, 액세서리 등 대부분 업체가 긴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골프를 하지 않았지만 골프에 관대했다. 1997년 말 시작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골프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골프산업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망에 오른 박세리(37ㆍKDB산은금융)를 시작으로 한국 골프는 단기간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골프산업은 흔들리지 않고 뿌리 깊게 성장했다.

하지만 골프 활성화 정책 없이 골프를 산업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골프는 돈 많고 한가한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이라는 편견 속에서 골프 대중화 묘약이 떠오를 지도 의문이다. 대통령의 영혼 없는 명예 의장직 수락은 빛을 잃은 한국 골프산업의 미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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