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택배사업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기존 택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농협 외에도 유통공룡 롯데그룹의 택배업계 진출도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경쟁 격화로 가뜩이나 떨어진 수익성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것.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농협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상시 농산물 수송체계를 갖추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택배사업 진출)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농협 측은 민간 택배사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촌지역 서비스를 외면, 우체국 택배가 맡아왔다. 그러나 우체국이 주5일 근무를 하면서 신선농산물의 유지·판매가 필요해졌다며 택배 사업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택배사는 농협의 진출에 따른 출혈 경쟁 우려와 함께 공정 경쟁을 주장하고 있다. 농협이 농축산물 직거래 판로 확대라는 공익적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농산물은 택배 전체 물량의 10%에 불과한 만큼 결국 일반 택배시장 진입은 불 보듯 뻔하다는 시각이다. 또 운수사업법을 적용받는 민간 택배사는 차량 증차가 어렵지만, 농협협동조합법이 적용되는 농협은 증차 제한에서 벗어나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기업 성격을 띤 농협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택배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민간 사업영역에 준공기업이 진출하는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그러나 농협이 택배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본래 목적에 맞게 농민과 소비자의 농축산물 직거래에 집중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