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야 하는데 울타리 치라고?⋯휴머노이드 가두는 낡은 규제 [K로봇, 안팎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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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공장에 들어가려면 1.8m 울타리 의무
승강기·자동문 연동비 1000만원 부담
업계, 네거티브 규제 전환 요구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피지컬 AI 산업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법과 인증 제도는 여전히 고정식 설비와 바퀴 달린 로봇에 맞춰져 있다. 휴머노이드를 공장에 들이려면 사람 키 높이의 안전펜스를 설치해야 한다. 4족 보행 로봇은 보도에서 운행할 수 있는 인증조차 받을 길이 없다. 규제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규 로봇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4년 177억8000만달러에서 2034년 601억4000만달러로 연평균 13.3% 성장할 전망이다. 물류·배송·순찰 같은 서비스 로봇 시장은 연평균 17.6% 성장해 산업용 로봇보다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는 미국 BMW 공장에서 1250시간 동안 가동되며 9만 개 이상의 부품을 옮기고 3만 대 이상의 BMW X3 차량 생산에 기여하는 등 상용화에 성큼 다가섰지만, 국내에서는 휴머노이드가 공장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23조에 따르면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을 공장에 들이기 위해선 1.8m 높이의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 사람과 작업 공간을 공유하며 이동하는 휴머노이드는 현장 배치가 원천적으로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규제 개선 속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2023년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통과되면서 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은 보행자로 간주돼 보도 운행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바퀴형 이동로봇 중심으로 마련된 이 같은 인증 체계는 2족·4족 보행 로봇에 적용하기 어렵다.

이동로봇 기업들이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내용에 따르면 엘리베이터·자동문과 로봇 사이의 통신 API 표준화와 한국산업표준(KS)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승강기 제조사별로 연동 방식이 다르며 개별 연동에 1대당 1000만원가량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윤성업 국토부 모빌리티총괄과장은 “현장에서는 로봇을 둘러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는 호소가 나온다”며 “로봇은 보도를 넘어 도로, 건설 현장, 주차장 등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공간 규제를 풀고 로봇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로봇 유형별로 규정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지된 사항 외에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현장 실증을 통해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도입부터 막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는 “휴머노이드는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관련 규정이 아직 없는데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현장에 도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로 실증하더라도 공장을 옮기면 새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현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엄 대표는 “안전 규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에 휴머노이드를 먼저 도입하고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며 “지금의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혁 뉴빌리티 대표는 “실외 이동 로봇의 운행 안전 인증 제도가 정비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4족 보행 로봇은 들어오지 못해서 추가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규제 해소 이후에는 사업화를 촉진하고 보급을 확산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이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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