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메고 다이소 간다…일상이 된 초저가 소비 [5000원, 기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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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매출 4.5조…마트도 5000원 이하 PB 성장
고물가에 지갑 조여도 취향·만족에는 과감한 지출
명품 화장품 구매자도 중저가 선택…품질이 결정타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명품백을 메고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고르는 소비가 낯설지 않아졌다. 매일 쓰는 물건은 최대한 저렴하게 사고, 취향과 만족이 중요한 곳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고물가 속 초저가 상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까지 높아지면서 5000원 이하가 일상 소비의 새로운 가격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초저가 상품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든 상품을 5000원 이하에 파는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4조5363억원으로 전년보다 14.3% 늘었다. 이마트의 5000원 이하 자체브랜드(PB) ‘5K프라이스’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1년간 400여종이 총 4000만개 넘게 팔렸다. 롯데마트도 올해 1~9월 5000원 이하 PB 상품 매출이 37% 증가해 전체 PB 매출 증가율(15%)의 두 배를 웃돌았다.

초저가가 힘을 얻는 배경에는 경제지표와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가 반도체와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하는 반면 성장의 효과가 가계와 내수에 고르게 확산하지 않는 ‘K자형 경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가 오르자 소비자들은 매일 쓰고 자주 사는 상품부터 가격을 낮추며 지갑을 조이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소비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아낄 수 있는 상품에서는 최대한 가격을 낮추면서도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품이나 경험에는 기꺼이 돈을 쓴다. 저가 상품을 찾는 소비자와 프리미엄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상황에 따라 초저가와 고가 상품을 오가는 소비가 나타나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MC리포트 조사에서도 이런 소비 방식이 확인된다. 명품·프리미엄 화장품 주 구매자가 중저가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로 ‘중저가임에도 좋은 품질’(2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부담 없이 자주 사용’(14.3%), ‘시험 삼아 사용’(12.5%)도 뒤를 이었다. 비싼 제품을 살 여력이 있어도 모든 상품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초저가를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졌다.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해 품질을 포기하고 사는 제품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기능과 품질을 갖췄다면 굳이 더 비싼 상품을 살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가격 부담이 크지 않아 처음 접하는 제품을 시험해보거나 계획에 없던 상품을 구매하기도 쉬워졌다. 초저가가 ‘싼 물건’에서 일상적인 구매 기준으로 올라선 배경이다.

실제 구매층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엠브레인 구매딥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다이소 뷰티 제품의 최근 1년간 구매추정액은 3619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6% 증가했다. 다이소 전용 세컨드 브랜드 구매추정액은 853억원으로 58.2% 늘었다. DMC리포트의 ‘2026년 다이소 화장품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8%가 다이소 화장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초저가가 커지는 반대편에서는 프리미엄 소비도 성장하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1~9월 위스키 매출은 3만원 미만 제품과 20만원 이상 제품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7%, 43.9% 증가했다. 반면 3만~10만원 미만 제품은 3.8% 감소했고, 10만~20만원 미만 제품의 증가율은 12.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저가와 고가 제품에 소비가 몰리면서 중간 가격대는 성장세가 뒤처졌다.

명절 선물세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롯데마트의 올해 추석 사전예약 매출은 5만원 미만 상품이 전년 동기보다 25%, 20만원 이상 상품은 60% 증가했다. 반면 5만~10만원 미만 상품은 15%, 10만~20만원 미만 상품은 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상적인 소비에서는 가격 부담을 낮추고 특별한 소비에는 과감하게 지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중간 가격대 상품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물가는 오르는데 실질소득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한정된 지출을 어디에 쓸지 더 세밀하게 따지기 시작했다”며 “관심 있는 분야에는 과감하게 돈을 쓰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품에서는 브랜드보다 가격과 실용성을 우선하는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초저가 상품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높아지면서 이제 낮은 가격 자체가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가 아니게 됐다”며 “결국 소비가 아주 저렴한 상품과 확실한 만족을 주는 고가 상품으로 나뉘면서 어중간한 가격대의 상품은 선택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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