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가성비 캐주얼·컨템포러리 동시 육성

같은 기업이 만드는 상품도 소비자의 지갑에 맞춰 갈라지고 있다. 뷰티업계는 기존 브랜드의 가격을 낮추는 대신 초저가 브랜드와 상품 라인을 따로 만들고 패션업계는 합리적 가격의 상품과 최상위 라인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소비 양극화에 대응해 상품 기획부터 브랜드와 판매 채널까지 가격대별로 나누는 전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뷰티·패션업계는 가격대별로 상품과 판매 채널을 세분화하며 소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기존 브랜드의 가격을 일괄적으로 낮추기보다 균일가 채널에 맞춘 별도 라인을 선보이거나 소재와 품질을 차별화한 최상위 라인을 확대하는 식이다. 특히 초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다이소 전용 브랜드 및 상품 출시가 눈에 띈다.
뷰티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균일가 채널에 맞춰 설계한 브랜드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미모 바이 마몽드’는 2024년 9월 다이소에 입점해 4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3월 입점한 에뛰드의 ‘플레이 101’도 1020세대를 겨냥한 입문형 라인업으로 제품 기획부터 협업 체계를 구축해 주목을 받았다.
초저가에 맞춰 용량을 줄이거나 체험형·입문형으로 제품을 설계해 판매 채널과 고객층을 넓히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고객이 있는 곳에 간다’는 원칙하에 초저가 시장 공략 전략을 모색했다”며 다양한 채널은 물론 브랜드 및 제품 다양화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도 2024년 다이소 전용으로 선보인 CNP 세컨드 브랜드 ‘바이 오디-티디’가 선전하고 있다. ‘바이 오디-티디’는 CNP 더마 화장품 연구소의 노하우를 초저가 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몰렸다. LG생활건강의 다이소 건기식 브랜드 ‘이너뷰 바이 리튠’ 역시 가격 문턱을 낮추면서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용 상품이 늘면서 다이소의 화장품·의류 카테고리 매출도 성장하고 있다.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2024년 144%, 지난해 70%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9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의류용품 매출 역시 같은 기간 두 배로 증가했다.
패션업계는 가격대별 브랜드와 상품 라인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는 에잇세컨즈와 프리미엄 브랜드 모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합리적 소비를 겨냥한 에잇세컨즈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었다. 이에 삼성물산은 실용성을 극대화한 캐주얼 브랜드와 독보적인 감성의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동시에 육성하고 있다.
에잇세컨즈의 경우 최신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고 시즌별 대표 상품을 육성하는 데 집중한다. 동시에 취향과 차별성을 중시하는 고객을 겨냥해 컨템포러리 브랜드 포트폴리오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특히 9월 편집숍 비이커를 통해 선보인 영국 컨템포러리 브랜드 ‘마가렛 호웰’의 프리미엄 수요 흡수력을 기대하고 있다.
LF는 기존 브랜드 안에서 최상위 라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가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LF 마에스트로의 최상위 라인 ‘알베로’는 일반 라인보다 가격대가 50~60% 높지만 올해 1~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모피나 가죽 제품에서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저가의 경우 더 가성비 있는 라인을 키우지만, 프리미엄(중고가) 브랜드에서는 정교한 프리미엄화가 나타나는 듯하다”며 “브랜드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전문성과 고유의 자산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로 구현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