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까지 파장 확산 가능성…금융산업 재편 불확실성 증폭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 결정으로 국내 금융행정 체계가 중대한 재편의 갈림길에 섰다. 금융정책을 설계하는 금융위는 세종으로 옮기지만 현장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과 국책은행들의 거취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재정·산업정책과 금융정책 간 협력은 강화될 수 있는 반면 금융정책과 감독, 시장을 잇는 의사결정 구조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 금융시장의 신속한 대응체계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의 세종 이전 이후 가장 큰 쟁점은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의 분리에 따른 업무 공백 가능성이다. 금융위는 금융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을 총괄하고 금감원은 금융회사 검사·감독과 시장 위험 징후 파악 등을 담당한다. 정책 결정과 현장 정보가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는 구조지만 금융위가 세종으로 이동하면 기관 간 협의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금감원의 거취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서울에 남으면 정책과 감독의 지역적 분리가 발생한다. 금감원이 세종으로 옮길 경우 금융당국과 서울 금융사들 사이의 현장 소통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정책·감독·시장 기능이 여러 지역에 흩어지는 구조가 된다. 어느 경우든 기존 업무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과거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도 금융당국과 시장 참여자 간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과 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긴급 협의에 나섰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졌을 때 채권시장 불안이 확산하자 정부는 일요일인 10월 23일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월요일 시장 개장을 앞두고 관계기관이 긴급히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금융당국과 채권은행, 해당 기업, 법률·회계 전문가 간 신속한 협의가 요구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의 자금 지원 여부와 채권단의 손실 분담 등을 결정하려면 이해관계자 간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기관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긴급 협의와 의사결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화상회의와 전자문서 등 비대면 업무체계가 정착된 만큼 지역 간 거리 자체가 결정적인 장애물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다만 금융위기 대응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민감한 경영정보를 공유하고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대면 협의의 중요성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공조체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신진창 금융위 부위원장은 취임 첫날인 16일 자본시장 변동성과 금융사고, 부동산시장 불안을 거론하며 금융안정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 안정에 있어서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소통이 어느 때보다도 지금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기관 재배치의 여파는 금융감독을 넘어 기업 자금조달과 산업 투자 전반으로도 번질 수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기업금융과 구조조정, 수출금융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책금융기관이다. 이들 기관의 본점까지 지방으로 이전하면 거래기업과 투자자, 민간 금융회사 등과 구축해 온 업무 네트워크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대규모 자금조달과 기업 구조조정처럼 여러 시장 참여자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정책금융의 실행력과 업무 효율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의 취지와 별개로 금융기관의 기능과 업무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종에 있는 경제부처와의 정책 공조가 강화될 것이란 이점만큼 서울에 집중된 민간 금융기업과의 연계도 중요하다"며 "개별 기관의 이전 효과에 매몰되기보다 정책 집행과 위기 대응, 기업 자금 공급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