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불안ㆍ320억달러 회사채 발행 겹쳐
연준 인상 신중론에도 장기채 매수세 실종
美 고용ㆍ물가 지표에 향후 금리 움직임 달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연 5.621%까지 올라 2002년 6월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가는 전날 5.561%에서 5.594%로 상승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5.256%로 거래를 마쳐 2002년 이후 종가 기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2007년 기록한 장중 고점인 5.303%는 넘지 못했다. 반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하락해 장ㆍ단기물의 흐름이 엇갈렸다.
특히 이날은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을 이끌었던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장기금리가 상승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48% 급락한 배럴당 89.38달러에 마감해 엿새 만에 9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브렌트유도 2.56%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격으로 손상된 동서 파이프라인을 복구해 원유 수송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공급 불안을 누그러뜨렸다. WSJ에 따르면 수송량은 손상 이전의 약 90% 수준까지 회복했다. WTI 가격이 파이프라인 공격 이후 한때 100달러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

그런데도 장기 국채 매도는 멈추지 않았다. 마이클 클로허티 CIBC캐피털마켓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장기물은 역사적 기준으로 저렴해 보이지만 대형 가치투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한 달 넘게 기다렸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리가 크게 올랐는데도 장기채를 받아줄 굵직한 매수자가 없는 것을 금리 급등 배경으로 꼽았다.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공격적으로 하는 것도 국채 금리 급등 원인이다.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는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320억달러(약 43조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역대 다섯 번째로 큰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이다. 블룸버그는 이런 대규모 회사채 공급과 미국 정부 부채 우려, 견실한 기업 활동이 국채 매도세에 추가 동력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의 ‘비둘기파’ 발언도 장기 국채에는 먹히지 않았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올해 말 한 차례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총재 발언 이후 2년물 금리는 하락했지만 30년물은 오히려 상승했다.
시장은 30일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내달 1일 9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2일 9월 고용보고서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고용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달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베팅이 크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계절적 부담도 남아 있다. 미 국채는 최근 10년간 9월과 10월에 각각 중앙값 기준 0.9%, 0.7%의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 투자운용 수석 채권전략가는 “국채 공급 증가와 대규모 회사채 발행, AI 관련 자본지출 수요가 겹치면서 자본을 둘러싼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