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안 거치고 한국으로…운송기간 10~12일
연 130만t 장기 확보…현물 의존 낮춰 자원안보 강화


30일(현지시간) 호주 노던테리토리주의 주도 다윈. 시내에서 해안가를 따라 차로 40분을 달렸다. 맹그로브 숲 사이로 SK이노베이션 E&S의 해외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 핵심 기지인 다윈 터미널이 나타났다. 뜨거운 햇볕 아래 수백 개의 가늘고 굵은 은빛 배관들이 반짝였다. 그 너머로 높이 약 50m, 지름 약 90m의 거대한 저장탱크가 눈에 들어왔다. 원통형 몸체에 둥근 돔을 얹은 탱크에는 한국행 배에 실릴 LNG가 모인다.
약 70㏊(헥타르) 부지에는 가스처리시설과 액화설비, 저장탱크, 선적시설이 이어졌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는 해상에서 수은, 수분, 이산화탄소 등 불순물을 제거한 뒤 총연장 385㎞의 배관을 타고 들어온다. 추가 정제를 거쳐 영하 162도까지 식히면 부피가 기체 상태의 약 600분의 1로 줄어든다. 액화한 가스는 탱크에 보관했다가 출하 배관을 통해 운반선에 싣는다.

다윈은 기존 시설에 새 가스전을 연결한 수출 거점이다. 바유운단 가스전의 생산 중단 이후 약 2년간 개보수를 거쳐 바로사 물량을 처리하도록 바뀌었다. 올해 1월 첫 바로사 LNG가 선적됐고, SK이노베이션 E&S의 첫 도입 물량은 2월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바로사 가스전 지분 37.5%, 산토스가 운영하는 다윈 플랜트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행 항로의 강점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동산 LNG의 주요 운송로에 문제가 생겨도 직접적인 통항 차질을 피할 수 있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호주에서 인천까지 통상 수송기간은 10~12일이다. 중동의 18~25일보다 짧다. 공급 국가와 운송 경로를 함께 분산하면서 물류 부담도 줄였다.
확보한 장기 물량은 국내 수급을 뒷받침한다. SK이노베이션 E&S가 바로사에서 공급받는 LNG는 연간 약 130만t(톤)이다. 지난해 국내 수입량의 약 3%에 해당한다. 예상 생산기간 20년을 적용하면 총 2600만t 규모다. 2012년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투자가 장기 공급 기반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동의 공급 차질은 다른 지역의 조달 비용까지 높일 수 있다. 수입국들이 대체 물량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유럽까지 겨울철 재고 확보를 위해 구매를 늘리면 아시아와의 경쟁도 심해질 수 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지 않는 호주산도 국제 가격 변동의 영향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바로사 물량은 이런 상황에서 현물 구매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회사의 약 600만t 규모 수요에는 장기계약과 자체 생산, 현물 구매 물량이 섞여 있다. 자체 가스전에서 연 130만t을 확보하면 시장에서 그때그때 사오던 비중을 낮출 수 있다. 공급 부족기에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는 구조다.
자원안보를 뒷받침하는 공급망은 단기간에 완성하기 어렵다. 가스전을 확보해도 액화시설과 운반선, 수입터미널이 연결돼야 국내에서 연료를 쓸 수 있다. 위기 이후 대체 공급원을 찾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다윈의 설비들은 장기 투자가 실제 생산과 운송 능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리스크와 유럽발 LNG 확보 경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현물 조달만으로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장기 물량을 확보한 바로사 프로젝트 같은 비중동권 LNG 자산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