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막아도 '새 주소'로 다시 활동…텔레그램 추적도 한계 [K콘텐츠 방어전]

기사 듣기
00:00 / 00:00

해외 복제물 삭제·사이트 폐쇄엔 현지 기관 협조 필요
텔레그램 비공개 공유방은 침해 파악부터 어려워

해외 불법 사이트는 접속을 차단해도 주소를 바꿔 다시 나타난다. 새 주소가 검색 결과에 노출되면 이용자도 돌아온다.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K콘텐츠를 삭제하도록 강제하기 어렵고 텔레그램 같은 비공개 공유방은 적발조차 쉽지 않아 접속 차단만으로는 불법유통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해외 현지 언어로 운영되는 불법 사이트에는 국내 저작권법을 적용해 콘텐츠 삭제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국내 이용자의 접속은 막을 수 있지만 해외에 있는 복제물을 삭제하거나 사이트 운영을 중단시키려면 현지 기관이나 플랫폼의 협조가 필요하다.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는 사이트라면 복제물이 계속 남게 된다.

운영자가 주소를 바꾸면 어렵게 막아놓은 접속 경로는 다시 열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저작권 침해정보에 대한 접속차단 시정 요구 2만4297건 중 1만6390건(67.5%)은 주소 변경이나 대체 사이트 개설에 따른 반복 심의·시정 요구였다. 운영자가 바꾼 주소를 확인하면 다시 차단하는 일이 계속된 것이다.

새 주소를 이용자가 찾는 통로는 ‘검색’이다. 황 의원은 “주요 불법 사이트의 이름을 해외 검색 플랫폼에서 검색했을 때 관련 사이트가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사이트 이름만 알고 있어도 바뀐 주소를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당국이 새 주소를 찾아 심의하고 차단하기 전까지 이용자의 접근이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접속을 막는 조치가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복제물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익명성이 강한 텔레그램 공유방은 링크를 알아야 들어갈 수 있어 어떤 자료가 오가는지 확인하는 단계부터 어렵다. 운영진이 익명으로 활동하면 자료를 올린 사람과 공유방을 관리하는 사람을 특정하는 데에도 수사가 필요하다. 공유방의 규모가 커진 뒤에야 침해 사실을 파악한다면 그동안 퍼진 자료를 일일이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문체부가 폐쇄한 ‘유빈아카이브’에서는 약 33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유료 학습자료 1만6000여건이 불법 공유됐다. 대형 학원 교재와 동영상 강의, 모의고사 자료 등이 공유 대상이었다. 운영진은 익명으로 활동하며 공유방을 시즌 1·2·3으로 나눠 개설하고 수시로 새 운영진을 모집했다.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디지털 포렌식 등을 활용해 핵심 운영자를 특정해 검거했다. 공개 사이트의 주소를 찾아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사례다.

정부는 5월부터 개정 저작권법에 따른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불법성이 명확하고 피해를 서둘러 막아야 하는지 등을 검토해 ‘뉴토끼’를 포함한 34곳을 첫 긴급차단 대상으로 선정했다. 명령을 받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자가 국내 이용자의 해당 사이트 접속을 막는다. 해외에서는 현지 수사기관과 공조해 불법 사이트를 폐쇄하고 운영자를 검거하고 있다.

접속 차단은 당장 국내 이용자의 접근을 막는 조치다. 운영자가 해외에서 주소를 바꿔 사이트를 다시 열거나 복제물을 다른 경로로 유통하면 이를 새로 찾아 대응해야 한다. 사이트가 다시 나타나는 속도에 맞춰 차단하는 한편, 사이트 운영 기반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윤경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기존 차단조치를 우회하는 후속 사이트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며 “도메인 등록기관, 호스팅업체, 검색·광고·결제사업자 등 인터넷 중개사업자의 협력체계를 정비하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