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사회적 대화 참여 속 반대 여전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메가특구법 제정을 준비하면서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근로시간 특례를 도입할 경우 호남에 한정된 메가특구법뿐 아니라 전국에 적용되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에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기업과 직무라도 근무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경영계는 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가 메가특구법에 도입될 경우 반도체특별법에도 동일한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가특구법에만 특례를 두면 호남과 수도권 연구원에게 서로 다른 근로시간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가 제안한 메가특구 특별법 노동특례 관련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했다. 반도체 R&D 인력의 근로시간 규제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대표적인 제도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일정 소득 이상의 연구개발·관리직을 주 52시간 근로 상한과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규정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근로시간보다 업무 성과를 중심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반도체 R&D 인력의 근로시간 특례는 반도체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다. 여야가 특례 도입을 논의했지만 노동계 반발 등을 넘지 못하면서 최종 법안에서는 제외됐다. 이후 논의의 무대가 메가특구법으로 옮겨오면서 반도체특별법에 담지 못했던 특례를 새 법에라도 반영해야 한다는 산업계 요구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은 여전히 강하다. 민주노총은 메가특구법에 노동시간 특례를 두는 방안에 대해 “사실상 주 52시간제의 형해화이자 장시간 노동의 전면 합법화 요구”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제안한 사회적 대화가 실제 합의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노동계가 근로시간 특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고용노동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그동안 관련 특례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산업계에서는 특례 도입 여부만큼 적용 범위도 중요하다고 본다. 메가특구법이 호남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근로시간 특례까지 해당 지역에만 적용될 경우 같은 산업과 직무에 지역별로 다른 규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같은 기업의 같은 R&D 조직이라도 수도권 연구소와 호남 메가특구에 근무하는 연구원에게 서로 다른 근로시간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허용되는 초과근무 범위가 달라지면서 보상 수준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임금과 달리 근로시간은 노동계에서도 민감하게 보는 문제라 쉽게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근로시간 특례를 도입하기로 한다면 메가특구법에만 적용해서는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도체특별법도 함께 개정해 같은 산업과 직무에는 지역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