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산정방식 따라 교섭 갈려
신규 팹 숙련자 이동 갈등 불씨
재계 "교섭 지연땐 팹 가동 차질"
산업계 "투자만큼 예측가능해야"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메가특구 특별법(가칭)’ 제정을 준비 중인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노동쟁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는 법을 만들면서도 성과급과 배치전환 등 경영 활동을 둘러싼 노사 분쟁 가능성을 그대로 둘 경우 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메가특구법 제정을 앞두고 경영성과급과 배치전환을 둘러싼 노동쟁의 기준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가특구 특별법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대한 정부 지원과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추진되는 법안이다. 정부가 최근 관련 지침을 내놨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초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은 영업이익 등 기업이익과 일정 비율로 연동한 경영성과급 요구는 노동조합법상 의무적 교섭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규정했다. 기업이익은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배당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만큼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도록 요구할 경우 기업의 경영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성과급 산정 기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이익과 직접 연동하지 않고 연봉이나 기본급의 일정 비율 또는 정액으로 성과급을 요구할 경우에는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같은 성과급 요구라도 산정 방식에 따라 노동쟁의 가능성이 달라지는 셈이다.

산업계에서는 기준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요구하면 안 되고 연봉의 몇 %를 요구하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면 결국 요구 방식만 달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기업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경영 판단이고 어디부터가 노동쟁의 대상인지 명확해야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배치전환 문제는 신규 투자와 더욱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노동부는 공장 신설이나 기업 투자 등 사업경영상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공장 가동 단계에서는 기존 인력의 이동이 불가피할 수 있다.
반도체 팹 등 첨단 제조시설은 초기 셋업과 장비 안정화, 생산라인 운영을 위해 기존 사업장에서 경험을 쌓은 숙련 인력 투입이 필수적이다. 수도권 사업장의 인력을 호남권 신규 사업장으로 배치하는 과정에서 근무지나 근로조건 변경 문제가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경영계도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부 지침 발표 당시 “공장 신설 등 투자가 결정되더라도 숙련·연구인력을 신규 채용이나 외부 충원만으로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인력의 배치를 둘러싼 단체교섭이 지연되거나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공장을 짓고도 제때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에서는 메가특구법 제정 과정에서 기업 유치와 투자 지원책뿐 아니라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성과급과 배치전환처럼 경영권과 근로조건의 경계에 놓인 사안은 기업과 근로자가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