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업·기업 지분까지 이해충돌 규정 적용 범위 점검
미국발 입법 지연 우려…국내 세부 기준은 선제 정비 필요

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이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책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국내 입법에도 시사점을 남겼다. 산업의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동시에 공직자의 사적 이익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기존 윤리규정의 적용 범위와 실효성을 점검하는 일이 과제로 떠올랐다.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직자윤리법은 가상자산을 재산등록 대상으로 명시하고, 재산공개대상자에게 거래내역과 재산 형성 과정도 신고하도록 한다. 신고 시점에 가상자산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신고 대상 기간에 거래했다면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보유 잔액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거래까지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가상자산 보유를 제한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가상자산 정보를 얻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무를 맡은 공직자 본인과 이해관계자의 보유를 제한할 수 있다. 기관장은 제한 방안을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며, 위원회는 이를 검토해 개선을 권고한다.
이와 별도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은 사적 이해관계 신고·회피와 직무 관련자와의 거래 신고 의무를 규정한다. 본인이나 가족, 특수관계 사업자가 직무관련자와 법에서 정한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가상자산을 특정한 규정은 아니지만 직무 관련성과 거래 유형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 관련 사안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입법 과정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가상자산 산업의 변화에 맞게 작동하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자의 직접 보유뿐 아니라 가족의 사업 참여나 관련 기업 지분을 통한 이해관계가 정책 결정과 맞물리는 경우도 살펴야 한다. 기존 재산등록과 보유 제한, 직무 회피 제도가 각각 어떤 이해관계까지 포괄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미국 클래리티법은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방지책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상원 절차표결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미국 업계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칙 제정에 더 의존하게 됐다. 두 기관은 기존 권한 안에서 가상자산 분류와 영업 기준을 구체화할 수 있지만, 정책 변화에 따라 기준이 바뀔 가능성도 남는다. 안정적인 제도 기반을 확보하려면 입법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입법 차질에 따른 대응 방향이 과제로 남았다. 현행 제도 안에서 정비 가능한 사안은 추진하되,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별도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규제 체계가 확정되기를 기다리다 국내 제도 정비까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센터장은 “미국의 클래리티법 부결과 정치적 정쟁에 따른 입법 차질은 한국 금융당국과 국회에도 속도 조절의 명분을 제공하므로 국내 2단계 입법 추진 일정 역시 미국의 후속 논의를 관망하며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 가상자산 거래소 공시 의무, 불공정거래 세부 기준 등은 국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확정해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