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배달부터 청년 참여 상품 개발까지…4개월 지원 이후 지속성 관건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늘어난 소비를 도시락 배달과 지역 장터, 주민의 일거리로 연결하는 실험이 시작된다. 주민에게 지급한 돈이 지역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생활서비스와 경제활동 기회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식료품을 살 가게조차 부족한 농촌에서 기본소득의 효과를 높이려면 소비를 뒷받침할 공급 기반도 함께 키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북 무주·진안, 전남 곡성, 경남 거제·함양 등 5곳이 ‘농촌 사회연대경제 서비스 협력모델’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주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회적농장·서비스공동체가 사회적기업 등과 협력해 먹거리 배달, 상품 개발·판매 등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가운데 무주·진안·곡성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이다.
농촌의 열악한 소비 여건은 소득 지원만으로 개선하기 어렵다.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행정리 3만7563곳 중 2만7609곳(73.5%)에는 음식료품 소매점이 없었다. 대중교통이 없는 마을도 2224곳(5.9%)에 달했다. 구매력이 생겨도 가까운 곳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17개 군에서 진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주민 1인당 월 15만원을 기본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 지역 내 소비를 늘리기 위해 거주 읍·면과 지방정부가 정한 생활권을 중심으로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이번 협력사업은 이런 소비를 지역의 상품과 서비스에 연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핵심은 주민과 가까운 조직에 상품화·사업 운영 역량을 더하는 데 있다. 농장이나 마을공동체가 지역 수요를 파악하고 주민 참여를 이끌면, 사회적기업 등이 제품 개발과 판매 경험을 보태는 방식이다.
곡성에서는 서비스공동체 ‘함께마을교육’과 사회적기업 ‘옥과김치’가 주민 대상 도시락 배달에 나선다. 먹거리를 주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서비스를 통해 지역의 돌봄 공백을 보완하는 모델이다.
무주는 취약계층 청년의 참여와 지역 상품 개발을 묶었다. 사회적농장 ‘파머스에프앤에스’와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가 경계선 청년과 자립준비청년이 참여하는 사과 상품을 개발한다.
진안에서는 사회적농장 ‘같이’가 예비사회적기업·마을기업과 파크골프 관광객을 겨냥한 로컬 마켓을 열어 지역 상품과 관광 상품을 판매한다. 주민 소비에 관광 수요까지 더해 판매 기회를 넓히는 방식이다.
기본소득 시범지역 밖에서도 주민의 생산활동을 판매로 연결하는 모델을 추진한다. 거제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참여해 농장 생산물로 샌드위치와 요구르트 등을 만들어 배달·판매한다. 함양에서는 사회적농장 ‘꽃담’과 사회적기업 ‘스페이스선’이 지역 어르신과 함께 허브 비누·소금 등을 활용한 관광 선물세트를 개발해 관광지 등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9~12월 4개월간 지역별 10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지원하는 소규모 실증사업이다. 11개 컨소시엄 중 사업 필요성과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해 5곳을 골랐다.
사업 구조상 관건은 지원이 끝난 뒤에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는 수요와 수입을 확보하는 데 있다. 도시락의 정기 주문이나 지역 상품의 안정적인 판로가 자리 잡아야 주민의 생활서비스와 경제활동 기회도 이어질 수 있다. 기본소득으로 생긴 소비가 지역 안에 지속적인 거래를 만들어내느냐가 이번 실험의 성과를 가를 대목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농촌에는 주민의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조직과 자원이 있지만, 개별 조직의 역량만으로는 주민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협업해 농촌에 필요한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모델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