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 땐 농업 생산 연 7100억원 감소 추산…품목별 대책·재원 쟁점
농협 개혁·먹거리 담합도 도마에…CJ·삼양사·롯데칠성 경영진 증인 채택

농지 전수조사에 따른 처분 유예와 임차농 보호대책,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시 예상되는 농업 피해가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가입에 따른 농업 생산 감소액을 연평균 7100억원으로 추산하면서 농업인의 영농 기반을 지킬 대책의 실효성과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한 검증이 집중될 전망이다. 농협 개혁과 식품 원재료 담합에 대한 책임 규명도 주요 현안으로 꼽힌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7일 국회에서 농식품부와 소속·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농업 분야 감사는 14일 농진청·한국농어촌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16일 농협중앙회·한국마사회 등으로 이어지며 22일에는 농식품부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공방은 투기와 농촌의 관행적 위반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실제 농사지을 의사 없이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취득하거나 농업법인을 이용해 부동산업을 하는 등의 투기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농업진흥지역에 야적장·야영장 등을 설치한 중대한 불법 전용도 원칙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고령화와 상속, 농업인 간 교환 경작 등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경미한 위반에는 정상화·양성화 기회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자진 정비가 어려우면 농지은행에 임대나 관리를 위탁해 처분을 유예하고, 치유 가능한 불법 전용은 사후 추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원칙을 현장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느냐다. 취득 당시 영농 의사와 투기 목적을 판단할 근거, 소유자의 소명 절차, 정상화 대상에서 제외할 위반의 범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했는지가 검증 대상이다. 지방정부별 판단이 달라 농업인들이 혼선을 겪지 않도록 할 기준도 필요하다.
처분 유예와 양성화는 입법 과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연내 특별조치법 제정과 내년 1분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감에서는 법 제정 전후의 처리 기준과 유예기간, 농지은행의 매입·관리 기능을 확대할 예산 확보 방안까지 함께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임차농 보호대책의 실효성도 관건이다. 정부는 임대차 특별정비기간을 11월 15일까지 연장하고 농지은행 위탁을 통해 기존 실경작자가 영농을 이어가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기존 임차인 우선 임대가 실제 계약으로 연결되는지, 계약기간과 임대료 등 안정적인 경작을 좌우하는 조건을 어떻게 보장할지가 핵심이다.
최근에는 농지 전수조사와 태양광 확대 정책의 연관성을 둘러싼 논란도 더해졌다. 농식품부가 태양광을 대안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대상은 맹지·경사지 등 직접 경작하거나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농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태양광은 소유자 동의를 전제로 한 다양한 활용 방안 가운데 하나”라며 “이번 조사는 농지의 실제 소유와 이용 상황을 파악해 농지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CPTPP 가입 검토를 놓고는 농업 피해를 누가, 어떤 재원으로 보전할지가 쟁점이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잠정 분석에 따르면 협정 발효 후 15년간 농업 생산은 연평균 71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임업 606억원과 수산업 817억원을 합친 농림수산업 전체 감소액은 연평균 8523억원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농업 전체의 생산 감소 규모와 함께 품목별 영향과 추계의 전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사과·배 등 과일과 축산물의 추가 시장 개방과 검역 여건 변화가 국내 생산기반에 미칠 영향을 얼마나 반영했는지가 주요 검증 지점이다. 농어업계는 분석의 전제와 산출 과정, 품목별 피해 규모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피해보전과 경쟁력 강화 대책도 구체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수입 증가로 손실을 볼 농가의 지원 대상과 기준, 필요한 예산 규모와 재원 조달 방안이 제시돼야 농업계가 가입의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 의견수렴 결과를 향후 협상 대응과 보완대책에 어떻게 반영할지도 점검 대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일정한 가정에 따라 추정한 잠정 전망치로, 실제 영향은 향후 가입 협상이 추진될 경우 품목별 개방 수준과 국내외 시장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수치로 담아내기 어려운 영향과 현장의 우려도 폭넓게 듣고 검토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 개혁은 감사의 독립성과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농협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와 감사체계 개편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은 9월 29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와 농협은 감사기구의 독립성 강화라는 큰 방향에서 접점을 찾고 있다. 중앙회 내부에 감사기구를 별도 조직으로 설치한 뒤 독립법인으로 전환하는 절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세부 실행 방식까지 최종 합의된 상태는 아니다. 감사기구의 법적 지위와 운영 방식, 조합원 직선제에 따른 선거비용 부담 등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감에서는 외부 감사기구가 중앙회와 조합의 내부통제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을지, 새로운 조직이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어떤 장치를 둘지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이 농업인 지원과 경제사업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함께 따져볼 대목이다.
먹거리 물가와 직결된 식품 원재료 담합도 도마에 오른다. 농해수위는 조영식 CJ제일제당 부사장과 이운익 삼양사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담합 등 부당거래행위 관련 질의’를 위한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올해 설탕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제당업체로부터 설탕을 공급받는 주요 수요처다. 이에 따라 공급업체의 가격 결정과 담합 경위뿐 아니라 식품업체의 원가 부담과 소비자 가격에 미친 영향까지 검증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설탕 등 원재료는 음료·과자·빵에 두루 쓰이는 만큼 담합으로 높아진 비용이 먹거리 가격에 얼마나 전가됐는지, 원재료 가격이 내려간 뒤 완제품 가격에도 인하 요인이 반영됐는지가 주요 점검 대상이다. 업체들이 내놓은 재발 방지책의 이행 여부와 농식품부의 식품 물가 관리도 함께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