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물량 대부분 선판매…내년 가격도 큰 폭 상승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일제히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지만 공장을 짓고 장비를 들여 실제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D램 생산능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의 공급난이 향후 수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발표에서 2027년과 2028년에도 D램 및 낸드플래시의 공급 제약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HBM 수요가 일반 범용 D램의 성장 속도를 압도하며 시장의 판도를 이끌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메모리 업체가 설비투자(CAPEX)를 결정하더라도 클린룸을 확보하고 장비를 반입한 뒤 웨이퍼를 투입해 수율을 안정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신규 팹을 건설하는 경우 투자 결정과 실제 생산능력(캐파, CAPA) 증가 사이의 시차는 더 길어진다.
마이크론도 이를 고려해 내년 CAPEX 계획을 기존보다 높였다고 밝혔다. 다만 증가분 대부분은 당장 생산량을 늘리는 장비보다 2028년 말 이후 사용할 클린룸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건설 투자에 투입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4 등을 활용해 D램 캐파를 확대하는 한편 P5 건설에도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청주 M15X를 차세대 D램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며 HBM을 비롯한 첨단 메모리 캐파를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다.
국내 업체의 증설 역시 단기간에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신규 생산라인은 장비 반입과 웨이퍼 투입 이후에도 수율을 끌어올리는 램프업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더라도 ‘클린룸 확보→장비 반입→웨이퍼 투입→수율 안정화’라는 단계를 거쳐 신규 캐파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HBM 공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AI 가속기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HBM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서다. 캐파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수요 증가 속도가 빠르면 HBM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공급 확대 속도는 더딘 탓에 HBM 가격은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올해 판매하는 HBM 가격이 지난해 고객사와 협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2027년 HBM 물량은 이미 대부분 판매가 완료됐으며 계약 가격도 2026년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범용 메모리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4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보다 10%대 후반 상승했고 낸드 ASP는 약 30% 올랐다. 마이크론의 분기 매출은 542억29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31%, 전년 동기보다 379%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서버 수요 확대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에도 이 같은 업황 개선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