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봉합 하루 만에 예산 충돌…시험대 오른 부산 민주당 ‘원내 조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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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전 캐시백 363억 중 300억 삭감…소상공인·노인일자리 예산도 줄줄이 조정

▲최홍찬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부산시와 부사교육청 추경예산안 놓고 특위 위원들과 심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시의회)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조직개편을 둘러싼 정면충돌에서 한발씩 물러서며 갈등을 봉합했지만, 불과 하루 만에 전선이 예산으로 옮겨붙었다.

민선 9기 전재수 부산시정이 민생정책의 하나로 추진한 동백전 캐시백 확대 예산이 시의회 심사 과정에서 대폭 삭감되면서다.

특히 이번 추경에서는 동백전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노인일자리 등 민생 관련 사업 예산까지 줄줄이 조정됐다.

부산시의 정책 우선순위와 시의회의 재정 통제가 충돌한 가운데, 여당이자 소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의회의 원내 조율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8~10일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한 뒤 11일 각각 수정 의결했다.

부산시 제3회 추경 규모는 19조3687억원으로, 부산시가 제출한 19조4009억원보다 322억원 줄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백전이다.

부산시는 지역화폐 동백전의 캐시백 비율을 기존 10%에서 15%로 높이고 이를 100일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363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예결특위는 이 가운데 300억원을 삭감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00일간 이어질 예정이었던 15% 캐시백은 사실상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됐다. 남은 63억원을 활용해 추석 연휴를 전후한 기간 등에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재수 시장이 취임 이후 내놓은 대표적인 민생정책 가운데 하나가 첫 추경 심사에서 사실상 제동이 걸린 셈이다.

문제는 삭감 규모만이 아니다.

이번 추경 심사는 조직개편을 둘러싼 시와 의회의 정치적 갈등이 예산 문제로 빠르게 전환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부산시의회는 부산시 조직개편안을 원안 가결했다.

당초 김태효 기획재경위원장이 발의한 시장 직속 비서실 신설 조례와 부산시 조직개편안이 병합 심의될 경우 조직개편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시의회가 비서실 신설 조례를 사실상 접고 1급 상당 정무직 공무원의 시의회 출석을 가능하게 하는 견제 장치를 마련하면서 양측은 절충점을 찾았다.

조직개편 갈등이 일단락되자 예산이 새로운 전장이 된 것이다.

“여소야대라 어쩔 수 없다”…그런데 과거 야당은 달랐다

시의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예산 대응을 두고 “여소야대인 만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재 부산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예산안 심사에서 다수당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의회 주변에서는 이 같은 설명만으로 이번 결과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아픈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이 민선 7기 오거돈 부산시장 시절이다.

당시 역시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국민의힘이 야당으로 부산시의회를 견제했다. 그런데 당시 국민의힘과 현재 민주당의 역할을 비교하면 정치적 존재감과 원내 대응력이 크게 다르다는 평가가 시의회 안팎에서 나온다.

한 시의회 관계자는 “여소야대라는 이유만으로 예산 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소수당이 얼마만큼 치열하게 협상하고 어떤 대안을 만들어내느냐인데, 지금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존재감이 과거 국민의힘 야당 시절만큼 강하게 느껴지느냐는 데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수당이 예산을 쥐고 있다고 해도 야당이 시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선별해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예산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시민들에게 충분히 보였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결국 의석수의 문제가 아니라 야당의 전략과 존재감의 문제라는 것이다.

‘강경 모드’ 예고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민주당은 조직개편 과정에서 부산시를 강하게 견제하는 국민의 힘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갑용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민선 9기 부산시가 아직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사업에 대해 전액 삭감 형태로 나가는 것은 시정 동력을 훼손하는 몽니”라며 주요 사업 예산이 삭감될 경우 “민주당 시의원들도 강경 모드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동백전 캐시백 확대 예산 363억원 가운데 300억원이 삭감됐다.

여기에 소상공인 공공배달서비스 활성화 사업 50억원, 소상공인 에너지바우처 지급사업 60억원, 노인일자리 사업 31억4000만원 등도 삭감 조정됐다.

민주당이 민생예산을 지키겠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예산 심사장에서는 이를 하나의 협상력으로 묶어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예산 삭감이 곧 민주당의 정치적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산 심사는 개별 사업의 필요성과 재정건전성, 상임위별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이다. 여야 의원들의 판단 역시 모든 사업에서 일치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원내 차원의 전략이 있었느냐다.

동백전과 소상공인 지원, 노인일자리 등 민생예산을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묶어 방어했는지, 삭감 이후 시민들에게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다.

결국 이번 추경은 부산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조율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말의 강도와 실제 협상력 사이에 간극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재정건전성을 앞세워 삭감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홍찬 예결특위 위원장은 “이번 추경예산안 심사에서는 특히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추경안에 편성된 지방채 발행을 삭감했다”며 “동백전 캐시백 사업을 조정해 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추경에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 300억원과 다대포항 해안도로 건설 21억원, 스마트양식 빅데이터센터 구축 20억원 등에 지방채 삭감이 반영됐다.

반대로 부산여성플라자 건립사업은 19억원 증액됐다.

세출에서는 우리동네 ESG센터 조성비 지원 6억원, 가덕대교~송정IC 고가도로 건설사업 9억4000만원 등이 증액됐다.

결국 이번 추경의 본질은 단순한 ‘삭감’이 아니다.

부산시가 민선 9기 들어 어떤 사업을 우선순위에 놓을 것인지와, 시의회가 이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둘러싼 첫 번째 본격적인 힘겨루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하나 드러난 것은 부산 민주당의 여당 역할에 대한 물음표다.

여소야대라는 구조적 한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소수당이라고 해서 존재감까지 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수당일수록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 선명하게 정하고, 다수당과의 협상에서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민선 7기 오거돈 시정 당시 국민의힘이 여소야대에서 보여줬던 야당의 존재감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국민의힘이 모든 예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무엇을 문제 삼고, 무엇을 관철하려 하는지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했다는 평가다.

현재 민주당에도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조직개편에서는 시와 의회가 타협했다.

그러나 예산에서는 다시 충돌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강경한 정치적 메시지를 실제 협상력으로 전환했는지는 이번 추경 결과가 남긴 또 하나의 질문이다.

민선 9기 부산시정의 첫 예산전.이번에는 부산시만 시험대에 오른 것이 아니다.

전재수 시정의 정책 추진력과 함께 부산 민주당의 원내 조율력과 여당으로서의 존재감도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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