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20년 만기⋯2031년까지 9300가구 재공급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에서 나온 가구 10곳 중 7곳은 이후 자기 집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보다 싼 보증금으로 장기간 살면서 모은 돈을 내 집 마련에 활용한 것이다. 내년부터 20년 거주 기간을 채운 입주자의 퇴거가 시작되면 빈집은 다른 무주택자에게 다시 공급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민·퇴거자 13명, 주거·부동산 전문가와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를 열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2022년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2016~2021년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1708가구 가운데 72%가 이후 자기 집에 거주했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인 60%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이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8년 4개월이었다.
장기전세주택은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지만, 실제 퇴거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은 7년 6개월에 그쳤다.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올해 9월까지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나온 가구는 1만5529가구로, 누적 공급량의 34%였다. 이 가운데 82.4%는 집을 사거나 민간 전셋집으로 옮기기 위해 스스로 퇴거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셋값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서울시는 2007년 전국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주거비를 줄여 저축과 청약을 준비하고, 이후 내 집 마련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였다. 현재까지 3만8296가구가 공급됐고, 누적 입주 가구는 4만5715가구다. 올해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2억9300만원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7억1178만원의 약 41% 수준이다.
장기전세주택 보증금과 인근 아파트 전세 시세의 차액을 모두 합치면 약 10조원으로 추산된다. 입주자는 시세 차액만큼 대출을 덜 받거나 저축과 청약에 돈을 쓸 수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2022년 SH 조사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는 매달 평균 62만5000원을 저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약통장 보유율은 83.7%였다. 앞으로 살고 싶은 주택을 묻자 61.3%가 민간 아파트라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로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김 씨도 장기전세를 발판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했다. 김 씨는 입주 전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4층에서 두 딸을 키웠다. 장기전세주택으로 옮긴 뒤 16년간 저축을 늘렸고, 최근 3기 신도시 청약에 당첨됐다. 김 씨는 "저렴한 보증금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기에 조금씩이라도 저축해 내 집을 장만할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2007년 입주를 시작한 초기 가구의 20년 만기가 돌아온다. 서울시는 2027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약 9300가구를 돌려받아 장기전세주택과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인 ‘미리내집’으로 다시 공급할 계획이다. 20년 만기 가구는 계약을 연장하거나 거주 중인 주택을 분양받을 수 없다. 최장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살도록 보장하는 대신 만기가 되면 다음 무주택자에게 집을 넘기는 것이 제도의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소득과 자산 기준을 충족하는 만기 가구에는 영구임대나 국민임대 등 다른 공공임대주택을 연계한다. 자치구 주거안심종합센터를 통해 이주 상담과 금융지원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시민들도 만기 후 재공급 원칙에 대체로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지난달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9%가 20년 만기 입주자의 퇴거에 찬성했다.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에는 78.3%가 동의했다. 현행 최장 거주 기간인 20년이 적정하다는 응답은 53.2%였다. 거주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25.7%로, 늘려야 한다는 응답 18.5%보다 많았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의 주거 사다리 기능을 '미리내집'으로 확대한다. 미리내집은 입주 후 아이를 낳으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이다. 자녀를 두 명 이상 낳은 가구에는 장기간 거주한 뒤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주택을 우선 매수할 기회도 준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미리내집 1만7500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장기전세주택은 주거 걱정을 덜고 자산을 모아 내 집 마련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라며 "내 집을 마련해 비워진 주택이 다음 무주택 시민의 기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속하고, 장기전세주택이 서울시민의 희망의 주거 사다리로 자리 잡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