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유치전 가열 조짐…정치적 안배 배제·실질 정주여건 개선 ‘성패’ 관건
정부가 20여 년 만에 수도권 잔류 최소화를 목표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본격 착수하면서 이제 관심은 '어느 기관을 어디로 보낼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을 지방에 '분배'하는 데 그친 1차 이전의 한계를 넘어 지역 산업·대학·기업과 연결하는 새 성장 거점을 만드는 것, 대규모 기관 통·폐합 과정에서 관련 이해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6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원칙 및 추진방향'을 발표한 이후 사회적 공론화에 들어간 상태다. 구체적인 이전 공공기관과 옮길 지역은 연내 확정하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이전 수순을 밟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특히 강조한 것은 '집적'이다. 1차 이전 때처럼 기관을 지역별로 분산하기보다 기존의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능이 연관된 기관을 묶겠다는 것. 기관의 기능과 기존 혁신도시, 지역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지를 정한다는 원칙이다. 지역대학·이전기관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인재 채용과 산학연 연계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과거 1차 이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2000년대 이후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며 수도권 인구와 기능을 분산 배치했지만, 기관 이전 자체가 '지역 안배'에 무게가 실렸던 만큼 해당 지역의 뚜렷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 역시 지역의 일자리와 교통 등 정주여건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수도권에서 공공기관을 그냥 떼어내는 '절제 수술'이었다면 2차 이전은 지역 산업에 제대로 옮겨 심는 '이식 수술'이 돼야 한다"며 "나눠주기식 배치에서 벗어나 기업·대학·연구기관이 모인 산업 거점에 기관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본사와 직원을 단순히 지방에 옮기는 것보다 해당 기관의 기능을 지역 산업구조와 어떻게 결합할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에너지 산업이 집적된 지역에는 에너지 관련 기관을, 첨단산업 기반을 갖춘 지역에는 연구개발·산업지원 기관을 묶는 방식이다. 광주전남은 전력·에너지 공기업·연구기관 중심의 나주시에 관련 공공기관 유치를 추진하는 등 지자체별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마 교수는 "공공기관이 청사만 옮긴 '외딴 섬'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지역 기업의 기술을 끌어올리고 기업과 인재를 불러들이는 산업생태계의 촉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지역 안배'와 '산업 집적' 사이의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이번 공공기관 이전의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정부가 혁신도시 중심의 집적 원칙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실제 기관별 배치 단계에 들어가면 지자체 유치 경쟁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안배'가 앞설 경우 유사한 기능의 기관을 한곳에 모아 규모의 경제와 산업 연계 효과를 높이겠다는 2차 이전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
공공기관 기능 개혁·지방 이전을 동시 추진하는 점도 변수다. 정부는 발전공기업 5사를 소위 '한국발전'으로 통합하고 4개 지역 항만공사와 석유·가스공사를 각각 합치는 등 공공기관 109개를 감축하는 기능개혁안도 내놨다.
기관 통폐합은 본사 소재지를 둘러싼 새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전 5사의 경우 현재 남동발전은 경남 진주, 남부발전은 부산, 동서발전은 울산, 서부발전은 충남 태안, 중부발전은 충남 보령에 각각 본사를 두고 있다. 이를 하나로 합치면 어느 지역에 통합 본사를 둘지에 따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복 기능을 통합한다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기관별로 들어가면 풀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며 "발전자회사 통합은 기존 본사가 있는 지역에 미칠 충격과 수력·양수발전의 처리, 발전공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가스공사 통합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정부는 두 기관을 합쳐 석유·천연가스를 아우르는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를 만들고 해외 자원개발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지만 대규모 부채로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의 어려운 살림을 고려할 때 통합 과정에서 잡음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위원은 "특히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업무와 재무구조가 달라 통합에 따른 시너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특히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의 20조원대 부채를 가스공사와의 통합 과정에서 어떻게 처리할지가 이번 기능개혁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전기관 직원과 가족이 지역에 실제 정착하게 하는 것도 관건이다. 정부는 1차 이전 당시 계획 발표 이후 실제 이전까지 7년 이상 걸렸던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민간건물 임차 등을 활용해 이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조기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2년간 월 최대 50만원의 수당도 신설한다. 동시에 교통·교육·의료·문화 등 혁신도시의 정주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