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없는 中企 30% '풀뿌리 제조업' 흔든다 [CEO 고령화와 '승계절벽'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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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4곳 자녀가 승계 거부
상속세·사전준비 부족 등 암초
매도·매수기업 연결 인프라 한계
"과세특례, 3자 승계 시너지 기대"

잘되는 기업도 후계자가 없으면 문을 닫는다. 중소·중견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승계절벽’이 기업 생존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고용을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력 갖춘 기업도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 폐업으로 내몰리고 이는 축적된 기술과 일자리, 지역경제의 단절로 이어진다. 기업승계는 더 이상 상속세나 가업상속공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친족승계를 넘어 제3자 승계와 인수합병(M&A)까지 선택지를 넓히고 금융·자문·정책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본지는 승계절벽의 실태와 제도의 한계, 달라지는 승계 시장과 대안을 짚고 ‘기업의 지속’을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전태환 기술보증기금 M&A지원센터장이 1일 서울 여의도 KIBO M&A지원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중소 제조기업 한 곳이 문을 닫으면 지역 산업생태계와 고용기반이 함께 흔들립니다. 폐업과 동시에 특허, 영업비밀, 숙련기술이 동시에 사라집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 63빌딩 기술보증기금 M&A지원센터에서 만난 전태환 센터장은 기업승계 실패가 가져올 파장을 이같이 설명했다. 기업이 문을 닫으면 직원의 일자리뿐 아니라 협력업체 매출과 지역 상권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기업승계는 소유권을 넘는 것을 넘어 수십 년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 일자리, 거래관계를 다음 경영주체에 이어주는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승계정책은 상속세 부담 완화와 가업상속공제 등 주로 가족 내부의 친족승계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문제는 기업을 물려받을 자녀 자체가 줄고 있고, 있어도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전 센터장은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는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자녀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승계 의사 자체가 세대적으로 달라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승계절벽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경영자가 운영하는 전국 중소기업 236만개 가운데 28.6%인 약 67만5000개가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5만6000개사가 승계 위기에 놓였고 이 중 83%인 4만6000여개사가 비수도권에 분포한다. 기업승계 실패가 지역 제조기반의 약화와 산업 공동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서도 제3자 승계에 나서지 않는 배경에는 심리적 부담과 제도·인프라 부족이 있다. 전 센터장은 “경영권을 제3자에게 넘기는 데는 높은 수준의 신뢰가 필요하다”며 “가업상속공제나 가업승계 증여특례 등 제도적 유인도 그동안 친족 승계에 집중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매도·매수기업을 연결할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한계로 꼽았다.

기보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기업승계 M&A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기보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M&A지원센터 지정기관으로 지난해 M&A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민관협력 M&A플랫폼을 열었다. 올해 1월에는 기업승계M&A지원팀도 신설했다. 7월 말 기준 누적 중개위탁은 105건, M&A보증 누적 공급액은 722억5000만원이다.

전 센터장은 친족 승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M&A를 통한 제3자 승계가 기업을 존속시킬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폐업하면 기술과 고용이 사라지지만 M&A로 승계하면 사업과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경영자원이 유입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태환 기술보증기금 M&A지원센터장과 직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KIBO M&A지원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부가 세제 개편안에서 제3자 사업승계를 처음으로 세제지원 대상에 포함한 것도 변화의 신호다. 전 센터장은 이를 ‘의미있는 진전’ 이라고 평가하며 “과세특례 신설이 M&A 방식의 제3자 승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거래구조를 짜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제3자 승계가 실제 시장으로 자리 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관련 법 제정과 인수금융 공급 확대, 매칭시스템 고도화, 민간 중개기관 간 연계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업승계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지원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업이 안심하고 승계할 수 있는 정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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