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업무량·시간·강도 만성적으로 과중”

하루 400kg이 넘는 냉장육을 손질해오다 출근 직후 쓰러져 숨진 근로자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최근 숨진 근로자 A 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2021년 11월부터 한 육류 가공업체 공장 생산팀에서 육류 손질 업무를 맡았다. A 씨는 2024년 7월 출근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숨졌고,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상세불명의 심정지’로 기재됐다.
A 씨의 배우자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2월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결정을 했다. 이에 A 씨의 배우자는 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망인의 업무량과 업무시간, 강도는 만성적으로 과중해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유발할 정도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과 같은 근로자 1인이 하루에 작업하는 냉장육의 무게는 400kg 이상에 달하고, 망인은 1일 100회 이상 칼을 이용해 소고기의 잔 근막과 잔 지방을 제거하는 작업을 수행했다"고 했다.
이어 "망인은 무거운 냉장육을 취급하면서 업무시간 내내 유사한 작업을 반복해야 했으므로, 망인의 업무는 신체에 많은 부담을 가하는 강도 높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망인은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 및 휴일과 달리 격주로 주 6일 근무를 했고, 전날 발주량에 따라 당일 작업량이 달라져 퇴근 시간은 고정적이지 않았다"며 "위와 같은 업무 내용과 근무 환경으로 인해 망인에게 상당히 큰 육체적·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A 씨에게 고지혈증과 고혈압 전 단계, 흡연력 등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있었지만, 이 같은 개인적인 위험인자가 있었다는 사정이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