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72.8%·메리츠 49.8%↑…KB는 6.4% 감소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가입자와 보험사 간 줄다리기가 법정 공방으로 번지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짊어진 소송 부담이 1년 새 5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손보사들이 손해율 방어를 위해 심사 문턱을 높이자 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세진 결과다. 패소 시 물어줘야 할 보험금은 물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소송 비용까지 겹치면서 보험사들의 사법 리스크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형 손보사 5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올 6월 말 기준 피소 소송가액은 총 2조415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조9071억원)과 비교해 26.6%(5081억원) 급증했다.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곳은 DB손보다. DB손보의 피소액은 지난해 6월 말 3225억원에서 올해 5572억원으로 72.8% 폭증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 사기 방지 등을 위해 지급 심사를 깐깐하게 들여다보면서 소액 분쟁이 대거 소송으로 이어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1865억원에서 2793억원으로 49.8% 늘며 뒤를 이었다. 특히 실손·암보험 등 장기인보험 분쟁이 급증했다. 메리츠화재의 일반·장기보험 관련 피소액은 1496억원에서 2461억원으로 64.5% 뛴 반면, 자동차보험 피소액은 오히려 줄었다.
업계 1위 삼성화재의 피소액도 1년 새 37% 늘었다. 전체 피소액의 대부분인 6896억원이 순수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분쟁이다. 현대해상은 자동차보험 분쟁액이 1432억원에서 1842억원으로 늘며 전체 피소액이 6.3% 증가했다. 5대 손보사 중 피소 규모가 줄어든 곳은 KB손보(-6.4%)가 유일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쟁 수위는 더 높다. 단순 지급 거절뿐 아니라 병력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사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실손보험 세대 전환도 갈등의 뇌관이다. 1~2세대 실손보험에선 인정받던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등이 3~4세대로 넘어가며 엄격히 제한되자, 보장 축소에 반발한 가입자들이 소송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계류 중인 사건 특성상 피소액 전체가 고스란히 보험사 손실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판 장기화에 따른 소송 비용과 승소율 하락에 따른 충당금 부담은 피하기 어렵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소송 증가는 당장의 법률 비용 부담뿐 아니라 최종 패소 시 막대한 일시금 지급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영상 실질적인 위협 요인"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