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클레르 충돌로 리타이어·해밀턴 6위…페라리 홈에서 부진
가슬리, F1 데뷔 9년 만에 생애 첫 폴포지션…결승은 7위

키미 안토넬리(메르세데스)가 19번 그리드에서 출발해 2026 포뮬러원(F1) 이탈리아 그랑프리 정상에 오르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반면 홈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페라리는 샤를 르클레르의 충돌과 루이스 해밀턴의 부진이 겹치며 고개를 숙였다.
안토넬리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몬차 서킷에서 열린 이탈리아 그랑프리 결승에서 팀 동료 조지 러셀(메르세데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안토넬리가 홈 그랑프리에서 거둔 첫 우승이다.
안토넬리는 파워유닛 부품을 대거 교체하면서 30그리드 강등 페널티를 받았다. 이 때문에 19번 그리드에서 결승을 시작해 경기 전까지는 우승 경쟁보다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혔다.
하지만 안토넬리는 출발 직후부터 빠른 속도와 적극적인 추월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두 바퀴 만에 12위까지 올라섰고 르클레르의 충돌로 레드 플래그가 발령돼 경기가 중단된 뒤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기 재개 직후 포인트권에 진입한 안토넬리는 전반부가 끝나기도 전에 선두 러셀의 뒤까지 따라붙었다. 18번째 랩에서는 러셀을 상대로 처음 선두 탈환을 시도하며 본격적인 팀 내 우승 경쟁을 시작했다.
경기 중반 발령된 버추얼 세이프티카도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 안토넬리는 이때 피트로 들어가 새 미디엄 타이어로 교체했지만 러셀은 이미 사용한 하드 타이어로 주행을 이어갔다. 타이어에서 우위를 확보한 안토넬리는 러셀을 넘어선 뒤 선두를 지켜 체커기를 받았다.
토토 볼프 메르세데스 팀 대표는 경기 후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안토넬리는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 러셀과의 격차를 66점으로 벌렸다. 세 차례 그랑프리 우승으로 얻을 수 있는 75점과 불과 9점 차로, 시즌 챔피언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안토넬리가 홈 팬들 앞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과 달리 페라리에는 악몽 같은 경기가 됐다.
페라리는 엔진 업그레이드를 준비해 몬차에 들어오면서 홈 우승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해밀턴은 경기 전 팀의 우승 가능성을 강하게 믿고 있다고 밝혔고 르클레르도 특별한 주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예선에서부터 전략 운영을 둘러싼 아쉬움이 나왔다. 르클레르와 해밀턴은 각각 예선 4위와 5위를 기록했고, 두 선수 모두 팀이 전략을 더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앞선 선수에게 페널티가 부과되면서 르클레르는 3위, 해밀턴은 4위에서 결승을 시작했다.
두 선수는 출발 직후부터 충돌 위기를 맞았다. 첫 번째 랩 두 번째 코너에서 나란히 자리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해밀턴이 코스를 벗어나 자갈밭으로 밀렸고 순위도 크게 떨어졌다. 해밀턴은 팀 라디오를 통해 르클레르가 자신을 트랙 밖으로 밀어냈다고 항의했다.
이어 두 번째 랩에서는 르클레르가 차량 제어력을 잃고 방호벽과 충돌했다. 사고로 레드 플래그가 발령되면서 경기가 중단됐고, 르클레르는 홈 그랑프리를 조기에 마쳤다.
르클레르는 경기 후 “첫 번째 랩에서 가속 페달을 놓았다가 다시 밟아야 했다”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첫 바퀴 접전으로 순위가 밀린 해밀턴은 이후 추격에 나섰지만 최종 6위에 그쳤다. 해밀턴은 페라리의 홈 경기 결과를 두고 “조금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르클레르와의 초반 경합에 대해서는 “10위 정도까지 떨어졌다. 더 할 말은 많지 않다”며 “이 문제는 따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예선에서는 피에르 가슬리(알핀)가 시즌 최대 이변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한 결과를 만들었다. 가슬리는 토요일 예선에서 생애 첫 F1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가슬리는 메르세데스 파워유닛과 몬차에서 큰 효과를 내는 슬립스트림을 활용해 Q1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순위가 결정되는 Q3에서도 다시 1위에 올랐다.
몬차는 가슬리가 6년 전 개인 통산 첫 승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그랑프리 우승을 거둔 곳이다. 가슬리는 “정말 기쁘다. F1에서 9년 동안 폴포지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첫 우승을 거둔 몬차에서 첫 폴포지션까지 차지한 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가슬리는 결승 첫 번째 랩을 선두로 달렸고 경기 초반 한동안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53랩 동안 메르세데스를 비롯한 선두권 팀들의 추격을 막아내지는 못했고, 최종 7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승자 안토넬리와의 격차는 27초였다.
팀 동료 프랑코 콜라핀토(알핀)도 9위로 포인트를 획득했다. 콜라핀토는 레드 플래그 이후 경기 재개 과정에서 한때 3위까지 올라섰지만 레스모 첫 번째 코너에서 트랙을 벗어나며 순위가 하락했다.
이후 추격에 나선 콜라핀토는 경기 막판 유키 쓰노다(레이싱 불스)를 추월해 다시 포인트권에 진입했다. 8위 아비드 린드블라드(레이싱 불스)까지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알핀은 가슬리와 콜라핀토가 나란히 득점하면서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5위 경쟁에서 레이싱 불스와의 격차를 13점으로 좁혔다.
결승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는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카’의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도 몬차 서킷에 등장했다. 영화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라이트닝 맥퀸은 ‘카’를 주제로 꾸민 세이프티카와 함께 명예 주행을 했다.
평소 영화 ‘카’에 대한 애정을 밝혀온 리엄 로슨(레드불)은 경기 주말 라이트닝 맥퀸과 만나 자신만의 피스톤 컵을 받았다. 이탈리아 가수 라우라 파우시니도 결승 출발 전 공연을 펼쳤다.
함께 열린 포뮬러2(F2)에서는 조슈아 뒤르크센(인빅타 레이싱)이 스프린트와 피처 레이스를 모두 석권했다. 뒤르크센은 몬차에서 2승을 추가하며 F2 통산 8승으로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드라이버 순위도 8위로 끌어올렸다.
피처 레이스에서는 라파엘 카마라(인빅타 레이싱)가 2위, 노엘 레온(캄포스 레이싱)이 3위에 올랐다. 챔피언십 선두 니콜라 촐로프와 2위 카마라의 격차는 11점으로 좁혀졌다.
포뮬러3(F3)에서는 니콜라 라코르테(DAMS 루카스 오일)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19세 라코르테는 홈 경기에서 3번 그리드 출발을 우승으로 연결했고 소속팀에도 F3 첫 승을 안겼다.
투카 타포넨(MP 모터스포츠)과 타이토 카토(ART 그랑프리)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챔피언십 경쟁자인 프레디 슬레이터는 기계적 문제로 추정되는 고장으로 리타이어했고, 우고 우고추쿠는 최후미에서 출발해 8위까지 올라오며 두 선수의 격차를 15점으로 줄였다.
F2와 F3는 다음 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즌 마지막 라운드를 치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