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경부 안팎에서는 구 부총리가 비행기 탑승 약 한 시간 전 국제차관보실을 통해 자신이 개각 대상에 포함됐다는 청와대의 연락을 전달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출장 취소까지 검토했지만, G20 회의와 주요국 경제 수장들과의 양자 면담을 취소할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어 예정대로 출국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구 부총리가 예정대로 정상 출국했다고 밝혔을 뿐, 개각 통보 시점이나 내부 논의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인 오전 11시30분 청와대에서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을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발표했다. 결국 당일 통보에 따른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누구를 기용하고 교체할지는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다. 그렇다고 당사자에게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구 부총리의 출장은 개인 일정이 아니었다. 한국을 대표해 주요국 경제 수장들과 국제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외교 일정이었다. 출국 직전에야 교체 사실을 알리면 당사자는 물론 부처와 외교 상대국까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실제 출장 취소설이 확산했고, 재경부는 정상 출국했다는 설명자료까지 내야 했다. 하루 전 통보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소동이다.
현 정부에서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이명구 당시 관세청장은 올해 5월 호주에서 현지 진출 기업 간담회와 한·호주 관세청장 회의를 마치고 국내로 돌아오던 중 교체됐다. 청와대는 이종욱 관세청 차장을 신임 청장으로 임명했다. 이 전 청장이 언제 통보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관세청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기습 인사로 받아들였다. 국가를 대표해 해외 일정을 수행한 기관장의 귀국도 기다리지 않은 인사였다.
이전 정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4년 러시아 출장 중 대사관을 통해 외교전문 형식으로 경질 통보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국가를 대표해 해외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장관에게 교체 사실을 전달한 방식까지 논란이 됐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개각 발표 하루 전 국회에서 청와대로부터 교체 통보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송 장관은 다음 날 정경두 합참의장으로 교체됐다.
인사의 보안은 중요하다. 후보자 검증 내용이나 인선 명단이 사전에 유출되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보안과 예의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니다. 교체가 확정됐다면 발표 하루 전이라도 당사자에게 자신의 거취를 알려주고 보안을 요청하면 된다. 전체 개각 명단까지 공개할 필요도 없다.
사전 통보는 물러나는 장관의 기분만을 배려하는 문제가 아니다. 예정된 출장과 회의를 조정하고 후임자에게 업무를 넘기며 정책 공백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행정 절차다. 해외 출장이나 국제회의를 앞둔 국무위원이라면 청와대가 일정을 확인하고 발표 시점을 조율해야 한다.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직자다. 함께 국정을 운영해 온 사람에게 출국 직전 자신의 교체를 알리는 것은 보안으로 포장하기 어렵다. 하루 먼저 당사자에게 알리는 것이 물러나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기본이다.




